정부 "비방중상과 별개"…北에 인권개선 촉구한 속내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정부가 북한에 인권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하면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결과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발표하는 것과 관련해서다. 정부는 남북이 최근 고위급 접촉에서 상호 비방·중상에 합의했지만, 이는 인권문제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도 인권문제를 거론한 이유는 인권이 인류보편적인 가치일 뿐만 아니라, 최근 남북간 대화에 있어 국제사회를 등에 업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정부 “北, 인권개선 이뤄져야” 촉구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가 이날 최종보고서를 발표하는 것과 관련해 “정부는 유엔 인권조사위가 활동하는 기간중에 충분히 협조했고, 또 북한의 인권침해 사항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다 같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유엔 북안인권조사위는 최종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이 ‘반(反)인도 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권고하기로 했으며, 반인륜 범죄에 대해서는 위원회가 수집한 자료와 증거를 토대로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책임을 묻는 작업을 지원할 조직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북한의 인권문제와 관련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의 보고서 내용과 ‘같은 생각’이라고 밝힘에 따라,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의 결과 발표에 대해 ‘내정간섭’을 이유로 강한 반발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남한 정부에 대해서는 지난 14일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상호 비방·중상 중지를 근거로 비판성명을 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재영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북한이 과거 ‘이명박 괴뢰도당’ ‘박근혜 괴뢰도당’ 등 대통령 이름을 언급하며 극렬하게 비난하는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최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일부 양보하는 등 대화를 주도하려 하고 있어 인권문제는 북한만의 문제이고, 내정간섭을 하지 말라는 수준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감한 시기 인권문제 거론…北 반발 예상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한 것은 대북 정책의 ‘원칙론’에 따른 것으로 우선 풀이된다. 북한 인권문제는 인류보편적인 가치문제로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비방·중상 중단 문제와 인권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인권문제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 차원에서 정부가 대응하는 문제”라고 언급한 김 대변인의 설명에서 이 같은 기류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남북이 상봉 행사를 예정대로 개최하는데 합의하고 관계개선을 위해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한 것은 북핵문제 등에 있어 주도권 싸움의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영 교수는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의 발표를 활용해 남북관계를 이끌어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와 함께 북핵문제를 압박함으로써 6자회담 등 의제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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