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열어젖힌 국내 헬기시장, 비상하는 '수리온'

작년 본격 실전 배치된 국내 최초 기동헬기
헬기 시장 수요 급증과 더불어 군·관용 공급 증가 전망
기술력·상품성 인정, 해상작전헬기 사업 수주 가능성도
  • 등록 2014-09-18 오후 3:44:47

    수정 2014-09-18 오후 3:44:47

[경남 사천=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자 지금부터 즐거운 비행이 시작됩니다”

헤드셋을 통해 웃음기 섞인 부조종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체가 거의 수직에 가까운 자세로 삼천포 앞바다로 하강하더니 순식간에 다시 하늘로 솟구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체는 사천시 산악지대로 넘어가 45도 각도로 자세를 비틀었다. 엄청난 속도감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기체가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니 마치 롤러코스터에 올라타 있는 기분이었다.

국내 헬기 제조 기술력과 노하우를 결집했다는 한국형 기동헬기 KUH-1(수리온)의 성능은 듣던 대로 대단했다. 조종사들이 조종간에서 완전히 손을 뗀 상태에서 스스로 수직 상승과 하강, 방향 변경을 하고 시속 300km에 가까운 최고 속도로 날아 기입력 경로에 정확히 도달하는 등 스마트 시대에 걸맞은 똘똘한 헬기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항공과 방위산업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약 700여대의 군용 헬기와 200여대의 민·관용 헬기가 운용되고 있다. 운용 규모로는 각각 세계 6위권과 35위권 수준이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운용되는 헬기는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했다.

국내 유일의 항공 완제기 제조업체인 한국항공우주(047810)(KAI)가 개발한 수리온이 지난해 5월 군에 본격적으로 실전 배치되면서 드디어 한국은 최초의 기동 헬기를 갖게 됐다. 국내 헬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수리온은 앞으로 급증할 국내외 헬기 시장 수요를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정부기관의 헬기 수요는 20여대로 추산되며, 5년 내로 60여대가 교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군·관용은 물론 다양한 파생형 개발이 가능한 수리온의 수요는 이에 따라 더 늘어날 전망이다.

KAI는 이미 지난해 7월 해병대 상륙기동 헬기 체계개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방위사업청과 의무후송전용 헬기 개발 계획을 맺었다. 2011년과 지난해에는 경찰청과 헬기 공급 계약을 체결해 2대의 납품을 완료했다.

KAI의 기술력과 수리온의 상품성에 대한 호평이 잇따르면서 해상작전 헬기 사업 수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군이 수리온 기반 개발과 외산 헬기의 직도입 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가운데 KAI는 수리온 기반 개발 결정 시 국내 잠재 수요 50여대와 200대에 달하는 해외 수요를 고려할 때 총 100여대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액으로는 5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다.

이와 별개로 KAI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1만파운드(lbs)급 소형 민수·무장헬기(LCH·LAH) 연계 개발 사업이 11월 계약 체결 후 2020~2022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진행될 예정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헬기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523억달러에 달했던 세계 헬기 산업 전체 매출액은 향후 10년간 63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리온과 LCH가 속한 2만5000lbs급 이하 군수헬기는 2021년까지 약 3500여대의 신규 수요가 기대되며, 민수헬기의 경우 기업·개인용, 응급의료, 경찰용 등으로 쓰임이 확대되면서 2020년 이후 급격히 수요가 늘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KAI 관계자는 “수리온 개발 성공으로 헬기 산업 육성의 토대는 마련됐다”며 “향후 성장 관건은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군·관용 헬기 수요를 수리온 기반의 파생형 헬기로 대체하는 것인 만큼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전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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