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에게 녹아든 천안함… 故임재엽 중사 흉상 제막식

해군, 천안함 4주기 맞아 고인 모교에서 흉상 제막식 거행
선체번호 PCC-772 따라 77.2g 선체를 흉상에 용해
  • 등록 2014-03-12 오후 4:25:51

    수정 2014-03-12 오후 4:25:51

천안함 피격사건 4주기를 2주 앞둔 12일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고 임재엽 중사의 흉상 제막식이 고인의 모교인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거행됐다.(사진=해군)
[이데일리 최선 기자] “달빛이 쉬어가던 푸른 바다에 머물러 살고 싶던 그의 바람은 바람되어 바다 위에 애처롭게 뿔뿔이 흩어지고, 파도에 부스러진 젊은 꿈들이 다음 생에 바람되어 백령도 온 바다를 자유롭게 누리리라.”

12일 대전 중구 소재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는 김지섭(18·충남기계공고 3학년) 군의 헌시가 울려 퍼졌다. 해군은 이날 천안함에서 전사한 고 임재엽(38회 졸업) 중사의 모교에서 고인의 흉상 제막식을 거행했다.

고인의 흉상은 천안함 46용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흉상에는 천안함 피격사건 경과와 김군의 헌시가 나란히 새겨졌다. 흉상은 ‘고인이 처음 군복을 입은 진해에서 만들어지길 원한다’는 유가족과 충남기계공고 동문회 요청에 따라 해군 군수사에서 제작됐다.

앞서 지난달 21일 해군 군수사령부에서는 천안함 선체의 일부가 용광로 속에서 쇳물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이 쇳물은 거푸집에 들어가 4년 전 천안함 기관실에서 피격사고로 전사한 고 임 중사의 흉상으로 다시 태어났다. 고인은 천안함 엔진의 운용과 정비업무를 담당했다.

이번에 제작된 흉상에는 고인의 마지막 근무지였던 천안함 기관실의 해수 파이프 일부가 녹아 있다. 파이프 중량은 77.2g이다. 천안함의 선체번호인 PCC-772를 뜻하는 숫자다. ‘천안함과 46용사의 혼이 영원히 함께 살아 숨쉬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이 직접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고인의 흉상 건립추진위원장을 맡은 이원승 예비역 육군준장(충남기계공고 8회 졸업)은 “조국 수호를 위해 헌신한 고인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되새기고 동문들과 그 뜻을 기리고자 모교 교정에 흉상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제막식에 참석한 황 해군참모총장은 “이 흉상은 고 임재엽 중사의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결의의 상징”이라며 “후배들도 선배의 호국혼이 서린 교정에서 대한민국의 훌륭한 인재로 성장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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