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스웨덴을 배제한 채 핀란드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비쳤다.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옛 터키) 대통령.(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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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국영 TRT 방송에 출연해 두 나라의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 “필요하다면 핀란드엔 다른 답을 줄 수 있다”며 “핀란드에만 다른 메시지를 내면 스웨덴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을 제외하고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만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해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나토에 신규 가입하기 위해선 모든 기존 회원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나토 회원국 30개국 중 스웨덴과 핀란드 가입을 승인할지 확정 짓지 않은 나라는 현재 튀르키예 뿐이다. 튀르키예는 나토 가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핀란드, 스웨덴과 다음 달 열기로 한 3자 회담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과 핀란드 가입 문제를 별도로 판단하겠다고 시사한 것은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두고 튀르키예와 스웨덴의 관계가 날로 악화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스웨덴 법원은 반(反) 정부 언론인을 자국으로 송환해 달라는 튀르키예의 요구를 거부했다. 지난 주에는 덴마크 극우 정치인 라스무스 팔루단이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이슬람 경전 쿠란 사본을 태우는 시위를 벌였다. 사건 직후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스톡홀름에서 일어난 일로 상처 입은 모든 무슬림에게 유감을 표한다”는 트윗을 올렸지만 튀르키예를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핀란드는 튀르키예를 향한 구애를 이어가고 있다. 핀란드 국방부는 지난주 튀르키예에 기갑장비용 강철 수출을 허가하기로 했다. 2019년 튀르키예가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을 공격하자 스웨덴과 함께 군수물자 수출을 중단한 지 4년 만이다. 스웨덴은 아직 금수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24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너무 오래 지연되면 (동반 가입하기로 한) 상황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현지 YLE 방송에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관련 몽니를 부리는 것을 두고 오는 5월 선거를 앞둔 전략이란 해석도 있다. 튀르키예 야권은 5월 대선·총선을 앞두고 반 에르도안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야권에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5월 치러지는 선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종교적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