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액면분할 '압박'에 초고가주 '동반 강세'

거래소, 38개 초고가 저유동성 기업 재무담당자 대상 간담회
삼성전자 "지속적으로 검토중" 원론적 답변에도 시장 기대 확산
  • 등록 2015-01-20 오후 4:29:29

    수정 2015-01-20 오후 5:49:56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몸집이 워낙 무거워 급등세를 보이는 일이 드문 ‘초고가주’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가 올해 초고가 저유동성주에 대한 액면분할을 중점 추진 목표로 두고 해당기업들을 직접 거론하며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관련기사-거래소, 액면분할 적극 유도…기업 반응은 ‘미지근’ 개미에 ‘넘사벽’ 황제주...“액면분할이 해답”

2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전 거래일 대비 2.16%(2만9000원) 오른 137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제과(004990) 역시 2.27%(4만2000원) 뛴 189만6000원, 롯데칠성(005300)도 4.46%(7만2000원) 상승한 168만6000원을 기록했다

현재 상장사 중 가장 비싼 주식인 아모레퍼시픽(090430) 역시 3.59%(8만5000원) 급등한 24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리온(001800) 역시 2.11% 오른 101만8000원을 기록하면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초고가주가 드물게 동반 강세를 보인 것은 한국거래소가 올해 적극 추진 중인 액면분할 때문이다. 거래소는 증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를 액면분할로 보고 있다. 자본금이나 기업가치 등 내용 변경없이 주식수는 늘어나고 주가는 인하돼 개인투자자의 접근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이날 63빌딩에서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오리온, 네이버(NAVER(035420)), 태광산업(003240), 영풍(000670), 남양유업(003920), LG생활건강(051900) 등 총 38개 초고주가, 저유동성 기업 재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액면분할의 ‘당위성’을 설득하고 나섰다. 6월말 제도 시행을 앞두고 액면분할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3월 정기주총시 안건상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직접 기업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액면분할에 대한 의견을 묻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다. 참석 기업들은 즉답을 피한 채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내놨다.

시장은 초고가주의 액면분할이 당장은 어렵더라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쪽에 무게를 두면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특히 액면분할을 지속적으로 검토중이라는 삼성전자 재무 담당자의 발언은 기대감을 확산시켰다.

이명진 삼성전자 IR담당 전무는 “액면분할에 대해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실질적으로 회사 기업가치에 어떻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신희철 아모레퍼시픽그룹 상무 역시 “액면분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면서 “검토를 시작하는 단계로, 다각적인 고려를 통해 연구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초고가주 기업들이 ‘황제주’라는 상징성을 버리고 액면분할에 실제로 나설 것인지는 미지수다. 다만 거래소가 지속적으로 액면분할을 유도하고 있고, 시장의 기대감이 확인된 만큼 거래량이 적은 초고가주 중 중심으로 액면분할이 시행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단일순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시황분석팀장은 “액면분할은 시장측면에서는 유동성을 확대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라며 “당근과 채찍을 통해 액면분할을 적극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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