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때늦은 한파에 웃지 못하는 소상공인

  • 등록 2016-01-21 오후 2:42:00

    수정 2016-01-21 오후 2:43:18

[이데일리 유근일 기자] 연초 계속되는 한파로 많은 사람들이 뒤늦은 ‘월동 준비’로 분주하다. 대형 유통업계에서는 뒤늦게 찾아온 한파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와 매년 초 진행하던 신년 할인행사가 겹치면서 겨울의류 장만하기위해 백화점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서다. 실제 현대백화점(069960)의 경우 신년 세일기간동안 남성패션이 22.7%, 여성패션이 13.8% 전년 대비 늘었다.

이처럼 분주한 유통가의 월동 준비와는 달리 의류 업계 소상공인의 마음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지난해 겨울이 따뜻했던 탓에 의류 상인들은 올 겨울에는 대부분 겨울 의류를 충분히 비축해놓지 않았다. 대형 유통사들과는 달리 쌓이는 재고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주문이 들어오지 않으니 자연스레 전통시장과 인터넷 쇼핑몰에 옷을 납품하는 봉제공장의 재봉틀도 멈췄다. 서울 창신동·만리동·아현동 일대의 봉제골목들은 지난해 겨울내내 한산했다. 20년 이상을 봉제공장에서 일해온 김씨(61)는 “매년 11월말부터 1월초까지는 겨울 옷을 만들기 위해 자정이 넘어서까지 한창 공장을 돌릴 기간인데 지난해에는 날이 워낙 따뜻했다”며 “일을 시작한 이래 지난해처럼 일거리가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해 김씨는 크리스마스 기간 앞뒤로 3~4일간은 일감이 전혀없어 공장에 출근도 하지 않았다.

서울지역 영세 봉제공장에 의류 주문을 넣는 업체들은 온라인 쇼핑몰이나 전통시장 소상인들이다. 날이 추워졌다고 해도 재고 부담으로 단번에 주문을 늘릴 수도 없는 실정이다. 온라인 쇼핑몰은 배송 시간 걱정, 전통시장 상인들은 추운 날씨로 발길이 끊긴 손님 걱정이 우선이다.

21일 서울의 수은주는 영하 10도를 가리키고 있지만 체감 온도는 이처럼 다르다. 한 쪽에선 신년 할인 행사로 사람이 붐비고, 다른 한 쪽에선 재고 걱정에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다음달 7일부터 이어지는 설 연휴 무렵이면 뒤늦은 한파는 다소 물러갈 전망이다. 한파는 물러가겠지만 계속되는 소비 부진으로 소상공인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차다. 이번 설 명절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아닌 전통시장을 찾아 그들의 꽁꽁 언 손을 녹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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