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눈앞에도 법 제도 미비"… 신탁제도·후견계약 대안 거론

법무법인 YK, ''고령화사회와 법 연구소'' 개소 심포지엄
"자유로운 의사 없이 이뤄진 유언, 무효화해야"
"부양의무자에 재산권 이전하는 효도계약 필요"
"고령자 대신 재산 운용하는 신탁제도 도입 절실"
  • 등록 2024-09-30 오후 4:10:01

    수정 2024-09-30 오후 4:10:01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우리나라 10명 중 2명이 65세를 넘어가는 등 초고령화 사회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고령자의 재산 보호와 부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법무법인 YK가 30일 ‘고령화사회와 법 연구소’ 개소식을 열고 ‘고령화 사회와 상속’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사진=법무법인 YK 제공)
법무법인 YK는 30일 ‘고령화사회와 법 연구소’ 개소식을 기념해 ‘고령화 사회와 상속’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신탁제도와 후견계약을 포함한 법적 장치들은 고령자의 경제적 및 신체적 취약성을 보완하며 안정된 노후 생활을 보장하는 필수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취약한 고령자의 보호와 지원’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박인환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교수는 현재 고령자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미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상속과 재산 관리에 대한 현행 제도가 고령자의 안정된 생활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어 법적 보호 장치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고령자의 재산은 단순히 자산을 물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경제적 안전장치”라며 “성년후견제도와 후견 계약을 통해 고령자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하고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령자는 경제적, 신체적 취약성으로 인해 부당한 영향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후견인을 통한 법적 보호도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영국법을 소개하며 우리나라에도 도입이 필요하단 의견을 냈다. 영국법에서 유언자는 상속인들에 대한 두려움이나 장래에 대한 희망으로부터 자유로운 행위로 유효한 유언을 해야 한다. 만일 유언자가 상속인들의 집요함이나 위협 및 인간관계의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유언하는 경우에는 부당위압이 인정될 수 있다. 박 교수는 “이런 관점이 우리의 유언능력 존부 판단에도 중요한 시사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소혜 성균관대학교 법전원 교수는 고령자들의 재산을 보호하고 안정적으로 부양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인 부양계약(이른바 효도계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 교수는 “끝없이 연기되는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자와 같이 한쪽 발은 삶에, 다른 쪽 발은 죽음에 걸쳐두고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고령자는 누구보다 연약하며 의지할 곳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며 “재산이 아닌 관계에 의지할 수 있는 부양계약이 고령자의 안정적 부양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즉시이전형 부양계약과 장래이전형 부양계약을 제시했다. 즉시이전형 부양계약은 고령자가 재산을 수증자에게 이전하고 그 대가로 부양을 받는 방식이다. 장래이전형 부양계약은 부양의무자가 종신 동안 부양 의무를 다한 후에 재산권을 이전받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고령자들은 안정적인 부양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단 거다.

고령자의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신탁제도가 거론됐다. 신탁제도는 고령자가 자신의 재산을 관리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부양 의무자가 고령자를 대신해 재산을 운용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서종희 연세대 법전원 교수는 “고령자의 재산이 가족 간 분쟁에서 안전하게 보호되기 위해서는 신탁제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는 고령자의 경제적 독립성과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는 핵심 도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탁제도를 통해 고령자의 자산이 법적으로 보호되면 상속 분쟁을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령자의 자산이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을 주최한 배인구 YK 대표변호사는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자의 재산 보호와 부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제도의 개선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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