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노예였다"..세스코, 최저임금 위반·열악한 근무환경 논란

"세스코 현장직원 月급여 약 126만원..최저임금에 8만원 모자라"
세스코 현장직원, 노조 설립해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할 것
세스코, 영업보호 비밀수당 8만원 포함하면 최저임금 이상
  • 등록 2017-02-20 오후 1:51:39

    수정 2017-02-22 오전 9:07:48

20일 서울 종로 민주노총 교육관에서 열린 세스코 노동조합설립추진 공개 기자회견 현장. 사진=채상우 기자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지난 2015년 전국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 넣은 메르스 사태. 당시 세스코 현장직원들은 약 한달 간 메르스 방역을 위해 매일 같이 철야를 불사했다. 일이 마무리 됐을 때 그들이 회사로부터 받은 것은 도넛츠 4조각이 전부였다. 상여금은 고사하고 야근수당조차 받지 못했다.

국내 최대 방제전문기업 세스코의 현장직원들이 열악한 근무환경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으로 인해 쌓여왔던 불만이 폭발했다. 이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사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20일 세스코 노동조합 설립추진위원회(이하 노추위)는 “세스코의 부당한 노예계약 일부를 폭로하고 민주적 노동조합을 통해 바로 잡고자 한다”며 회사로부터 받아온 부당한 대우에 대해 폭로했다.

노추위에 따르면 세스코의 현장 근로자 일부는 시간당 5900원 가량의 기본급을 받아왔다. 이는 최저임금 6030원에 못 미치는 금액이다. 방역 업무 특성상 고객사 영업시간 외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새벽·야간 작업이 많았음에도 시간외 수당은 지급하지 않았다. 노추위는 현장 근로자들이 받는 평균 연봉은 2000만원 내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지나친 영업 압박과 경쟁을 조장하는 기업 문화도 꼬집었다. 노추위에 따르면 세스코는 영업사원이 아닌 현장직원들에게도 상품 판매를 요구했으며, 고객이 계약을 해지하면 영업사원 개인 실적뿐 아니라 연대책임으로 해당 지사평가 자체를 낮게 매겨 지사 전체 직원의 성과급에도 불이익을 줬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스코의 현장직원들은 대부분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둔다고 노추위는 설명했다.

세스코의 현장직원들은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회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근로계약을 체결할 작성한 ‘영업보호 비밀각서’ 때문이다. 각서에는 ‘퇴직 후 2년 동안 유사업종에 근무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노추위는 사실상 개인 선택권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이 각서에 동의를 해야 월 8~9만원에 해당하는 영업보호 비밀수당을 지급했다.

영업보호 비밀각서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세스코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2013년 세스코는 퇴직 후 유사업종으로 이직한 A씨를 고소했다. 법원은 약품 등 영업비밀을 지키기 위해 각서를 요구하는 것까지는 불법은 아니라고 판단하며 다만 5년으로 설정된 유사업종 근무 금지 기간은 무리한 것으로 보고 2년으로 단축했다. 당시 유사업종 이직 금지 기간은 5년이었다.

세스코는 영업보호 비밀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에 맞춰 임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스코가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혜진 변호사는 “최저임금은 근로의 댓가로 받는 임금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영업보호 비밀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올해 세스코 현장직원 임금은 월 126만원으로 최저임금보다 8만원 가량 낮은 수준이다. 세스코는 2016년에는 월 7만원, 2015년에는 월 10만원 가량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임금 체불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노추위는 세스코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조를 설립하고자 하지만 이마저도 회사의 방해로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추위는 “예전부터 노조를 설립하려는 시도는 몇 차례 있었지만 인사 불이익 등을 거론해 위협하는 등 노조 설립을 막았다”고 전했다.

세스코는 이에 대해 “현장직원의 경우 1년차 초임이 총액기준 2600만원이며 매년 5~6% 임금 인상을 해왔다”며 “영업비밀 보호수당은 고유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수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기술, 직무에 대한 수당성격으로 통상임금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또는 임금체불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스코는 전순표 회장이 농림부 공무원 시절 쌀알 갉아 먹는 쥐떼를 막을 방법을 고민하다 1976년 설립한 전우방제가 전신이다. 300만원 자본금을 가지고 아내와 직원 한명을 고용해 시작했다. 40년이 지난 지금 세스코는 80여개 지사와 3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2015년 매출액은 1890억원 달한다. 세스코는 전형적인 가족기업으로 아내 김귀자 씨는 부회장을 차남인 전찬혁 씨는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자회사 팜클은 장남 전찬민 씨가 운영 중이다. 팜클은 세스코에 약품을 공급하는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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