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장은 내가 서울대 자리도 거절하고 정형민 교수가 관장으로 내정된 다음부터는 나를 불러낼 명분이 없어졌다. 내가 약속을 거절해도 탓할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그 때문인지 바로 다음번에 팔레스호텔에서 만났을 때는 아예 대놓고 내가 좋다고 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고 싶다고 했고, 심지어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 그날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정 총장은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돌발 행동을 내 앞에 보여주었는데, 그렇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서빙하는 아가씨의 눈치를 보아가며 한 행동이었으니 술에 취해 실수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웬만하면 서로 껄끄럽지 않게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나는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어서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 | -`4001` 104페이지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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