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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및 브라질 현지언론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이 이끄는 노동당 지도부는 이날 캄포스 네토 총재의 정치적 발언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려달라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캄포스 네토 총재가 타르시지우 지 프레이타스 상파울루 주지사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해 차기 정부 재무장관직을 제안받은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프레이타스 주지사는 우파 진영의 후계자로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노동당은 소장에서 “캄포스 네토 총재가 (프레이타스 정부에서) 재무장관직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차기 대선 2년 전에 잠재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이라며 “이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로, (공직자의) 도덕성과 공정성의 원칙을 명백히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캄포스 네토 총재와 금리 문제로 번번이 충돌하며 설전을 벌여 왔다. 룰라 대통령은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저금리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캄포스 네토 총재는 높은 물가 및 기대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통화정책 완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1년여 간 기준금리를 13.75%에서 10.5%로 점진적으로 낮췄다. 작년 8월부터 6차례 연속 50bp(1bp=0.01%포인트) 인하한 뒤 지난달 인하폭을 25bp로 줄였다. 여전히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은 데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지연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룰라 대통령은 전날 기준금리 결정을 하루 앞두고 “현재 브라질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중앙은행의 행동이다. 자율성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는 총재가 있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 금리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캄포스 네토 총재를 재차 저격했다.
캄포스 네토 총재가 극우 성향인 것도 룰라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더 브라질리언 리포트는 “캄포스 네토 총재는 좌파 진영의 분노를 받아내는 피뢰침 역할을 해왔다”고 묘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질 중앙은행은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은행은 “완화 사이클 중단 결정은 불확실한 글로벌 시나리오, 브라질의 탄력적인 경제 활동, 높은 인플레이션 전망, 고정되지 않은 인플레이션 기대치 때문”이라며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강화하고 목표치에 대한 기대가 고정될 때까지 통화정책은 계속 긴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브라질 중앙은행의 물가 목표는 3%이며, 브라질의 인플레이션은 현재 4%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브라질 중앙은행의 이번 금리동결 결정은 룰라 대통령의 더욱 큰 분노를 자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