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측은 미국 아마존 제재 사례를 들며 유일한 규제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업계는 “아마존 사례는 쿠팡처럼 상품 진열 순서에 대한 규제가 아니어서 맞비교하기 어려운데다 특히 상품 진열 순위 조정을 ‘위법 행위’로 보고 제재한 것은 공정위가 처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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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공정위는 쿠팡 제재를 발표하면서 미국 아마존 ‘바이박스’ 사례를 들며 “쿠팡에 대한 조치가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규제로 보기 어려우며 해외 경쟁당국도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노출과 관한 불공정 행위를 적발, 제재하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바이박스는 소비자가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검색을 거쳐 특정 상품을 클릭하면 제품설명 페이지 옆에 뜨는 창을 뜻한다. 소비자는 이곳에서 어떤 입점 판매자의 상품을 구매할지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선 “공정위가 예시로 든 아마존 바이박스 사례는 쿠팡 제재건과는 경우가 다르다”는 시각이다. 양 사례가 다른 점의 이유로는 크게 3가지가 꼽힌다.
우선 문제가 되는 부분이 다르다. 공정위는 쿠팡 검색 결과에서의 PB상품 우선 노출이나 알고리즘 순위를 문제 삼은 반면 아마존 바이박스 건은 소비자가 이미 검색을 거쳐 상품을 선택한 이후 어떤 판매자를 통해 구매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창을 문제 삼았다.
공정위는 쿠팡이 인기 브랜드를 포함한 6만4000여개의 자기상품을 검색결과 상위에 노출한 점을 문제삼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은 아마존이 자사 물류 서비스(FBA)를 사용하는 입점업체(판매자)를 바이박스에서 우대한 것을 지적했다. 혐의 자체가 다르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쿠팡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업계 역대 최대 규모인 1400억원의 과징금 및 법인 검찰 고발이라는 다소 무거운 제재를 내렸다.
또한 공정위는 바이박스 사례에 이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아마존 반독점 소송 사례도 언급했는데 이 역시 쿠팡 사건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는 해당 소송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더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상품의 검색순위를 떨어뜨리거나 입점업체 상품을 우대한 행위 등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FTC는 PB상품이나 직매입 상품의 우선 노출 등 순위 조정을 문제 삼지 않았다. 아마존이 가격을 낮추는 경쟁자를 징계하면서 가격 경쟁을 억압하거나 자사 풀필먼트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강요했다는 점이 문제였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학계에서도 “세계 최초의 규제” 지적
학계에서도 공정위의 과도한 권한 남용에 대한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규제는 다수 소비자의 편익을 저해하고 유통업계 경쟁력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전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은 규제를 만들어냈다”고 꼬집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도 최근 본인의 페이스북에 “진짜 이슈는 공정위가 벌금부터 때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을 포함한 외국의 경우 공정위가 할 수 있는 일은 혐의가 있으면 법원에 제소하는 일이다. 불공정 입증 책임을 원고인 규제기관(공정위)가 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면 우리 공정위는 유죄를 가정, 처벌부터 하고 천문학적 벌금을 때리고 기업이 불공정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라는 식”이라며 “기업은 법원의 확정판결도 전에 벌금부터 부여받는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기업에게도 법원 확정 전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우리가 개혁해야 하는 건 이 무소불위의 행정권력 비대화의 권한이다.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판단이 우선이고 규제기관은 법원 판단을 받고 처벌할 수 있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