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EC-18’에 대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고 7일 밝혔다. 국내 제약 바이오기업이 미 FDA에서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 시험을 승인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코로나19 경증의 감염성 폐렴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에 나선다. 코로나19 폐렴 환자 30명에게는 ‘EC-18’과 표준치료제를, 나머지는 위약과 표준치료제를 투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증 폐렴환자가 ‘EC-18’를 통해 중증 폐렴 및 급성호흡곤란증 환자로 악화하는 것을 어느정도 예방할 수 있는지 비교 평가한다. 현재 국내에서 식약처 허가를 받아 진행하고 있는 임상 2상과 같은 방식이다.
손기영 엔지켐생명과학 대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내엔 임상2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며 “임상 결과에 따라 EC-18 코로나19 치료제를 우선 투약할 수 있게 FDA에 긴급사용승인(EUA)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긴급사용승인은 미국 FDA가 신약이나 새로운 적응증에 대해 임상시험을 생략하고 긴급사용을 허가하는 제도다.
회사는 ‘EC-18’가 코로나19로 인한 사이토카인 폭풍 등 염증성 질환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고 판단,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을 추진해왔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체에 대항하는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몸속 장기에 염증 등을 일으켜 질환을 악화시키는 현상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물질이 ‘녹용’에서 기원했다는 점이다. 녹용은 국내에서 많이 써온 약재로 사슴 뿔을 말린 것이다. 다만, 녹용에서 추출한 것은 아니다. 녹용의 유효물질을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만들었다. 손기영 대표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녹용이 몸에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왜 좋은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었다”며 “우리 회사는 7년간 연구끝에 녹용에는 면역조절기능을 하는 성분이 있어 몸에 좋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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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울프 교수 영입에는 엔지켐생명과학 기술자문그룹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기술자문그룹 이사장을 듀크대 의대 교수 제프리 크래포드(Jeffrey Crawford)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엔지켐은 EC-18을 현재 급성방사선증후군 치료제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미 국방부 지원을 받고 있어 이 물질이 어느 정도 미국에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엔지켐은 지난해 11월 미국 국방부와 미군 방사선 생물학 연구소가 바이오 테러, 핵발전소 사고 등 위급상황에 대비해 긴급의료용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의료 프로젝트에 최종 선정됐다.
엔지켐생명과학을 이끄는 손기영 회장은 회계사 출신이다. 이공계 박사와 의사들이 주름잡는 바이오업계에서는 ‘비주류’로 통한다.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이사까지 했다. 국내외 바이오 기업를 상대로 회계 자문 등을 하다가 바이오업에 꽂혀 2003년 벤처 ‘브리짓라이프사이언스’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후 2010년 녹용 유래 물질 기반의 신약 ‘EC-18’을 개발하던 엔지켐을 인수해 2011년 이름을 엔지켐생명과학으로 변경했다. 회사는 2013년 코넥스에 상장했고 2018년 2월에 코스닥에 이전 상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