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교사들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23개 대학 역사교육과 학생회 공동선언문 발표
  • 등록 2015-10-01 오후 3:12:04

    수정 2015-10-01 오후 3:12:04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예비 역사교사들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나섰다.

전국 역사교육과 학생회는 1일 오전 11시 서울시 종로구 흥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화 반대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에는 현재 역사교육과가 개설된 전국 23개 대학 학생회가 모두 참여했다.

이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은데도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교육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란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2015 교육과정을 고시했는데 이는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 교육의 가치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을 기르는 데 있다”며 “국정 역사 교과서는 학교 역사교육의 이러한 가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생들은 또 “일부 공산주의 국가를 제외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가운데 역사교과서를 국정제로 발행하는 나라는 없다”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 추진은 현 정부의 이념과도 맞지 않는 자기모순을 내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공동선언 전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예비 역사교사 공동선언>

우리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

우리는 장차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칠 예비 역사교사로서, 정부의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깊이 우려하면서 이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다.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 역사 관련 학과 교수 34명이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반대한다는 뜻이 담긴 의견서를 교육부에 전달한 것을 비롯해서 덕성여대, 부산대, 고려대, 서원대, 성균관대, 연세대, 가톨릭대, 동국대 등 여러 대학 교수들이 연이어 반대 성명을 내고 있다. 한국교원대에서는 교수·학생이 연대 성명을 하기도 했다. 전국의 역사교사 2,255명도 실명으로 선언문을 발표했으며, 역사 교사를 포함한 15,701명의 교사들도 같은 뜻을 밝혔다. 심지어 국사편찬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새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 기준을 만들고 있는 학자와 교사들도 국정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국 14개 시·도의 교육감들은 “국정화를 포함한 2015 교육과정 개정을 중단하라”고 선언하였다.

이처럼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교육부는 심지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2015 개정교육과정’을 9월 23일에 고시하였다. 이는 1948년 8월 15일을 정부 수립일이 아닌 건국일로 간주하는 것으로, 뉴라이트의 이른바 ‘건국절’ 주장을 교육과정에 반영한 것이다. 이에 우리는 예비 역사교사로서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및 역사과 교육과정 개악 움직임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국정 역사 교과서는 하나의 해석, 획일적 역사관을 담는 교과서이다. 교육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계기나 지난날의 국정 역사교과서를 생각해보건대, 국정 한국사 교과서는 정부가 원하는 역사관과 이데올로기를 담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예비 역사교사들은 마지막 국정 교과서인 “국사”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우기도 했지만, 교과서 발행 체제가 바뀐 후에는 “한국 근·현대사”와 “한국사” 등 검정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을 들었다. 다시 말해, 우리는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뀌는 과도기에 학창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국정 교과서와 검정 교과서의 차이를 몸으로 체험한 세대이다. 다양한 교과서로 한국사를 배우며 역사교사의 꿈을 키워 온 우리 예비 역사교사들은 당연히 우리가 만날 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교과서로 미래의 제자들을 가르칠 것이라 믿고 있다.

학교 교육의 가치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가며 사회문제의 해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민주시민을 기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역사교육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다원적 관점을 기르고, 민주주의나 평화와 같은 인간의 기본적 가치를 존중하며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국정 역사교과서는 학교 역사교육의 이러한 가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이다. 현 정부는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도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일부 공산주의 국가를 제외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OECD국가들 중 역사교과서를 국정제로 발행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 추진은 현 정부의 이념과도 맞지 않는 자기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즉각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 추진을 포기하고 그 뜻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나아가 현행 교과서 검정제도의 여러 가지 간섭과 제약을 없앰으로써 다양한 역사교과서가 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역사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살리고 학교 역사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런데도 만약 정부가 계속해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한다면, 역사교육의 미래를 담당할 우리는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교육계, 역사학계, 시민들과 함께 이에 맞설 것이다. 이에 다음과 같이 우리의 의지를 확실히 밝힌다.

1. 우리 예비 역사교사들은 획일적 역사관과 역사해석을 강요하여 시대에 역행하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단호히 반대한다.

1. 우리 예비 역사교사들은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의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2015 역사과 교육과정’의 시행을 중단하고,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1. 역사교과서 발행제도와 교육과정 개정에 예비 역사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논의 과정에 예비 역사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2015. 10. 1.

<전국 역사교육과 학생회 연석회의>

(가나다 순)강원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경북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경상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공주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대구가톨릭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대구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동국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부산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서원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신라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우석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원광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교육과 학생회(역사교육전공) / 인천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전남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전북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총신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충북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한남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 홍익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회 (전국 23개 대학 사범대 역사교육과 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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