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찾은 사우디 실세…청바지 입고 외교활동 톡톡

워싱턴 정가→실리콘밸리→월가
2주간 미국 방문 일정 마무리
  • 등록 2016-06-23 오후 3:03:50

    수정 2016-06-23 오후 3:03:50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부왕세자가 페이스북 본사 방문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로부터 안내받고 있다. (출처=아랍뉴스)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개혁을 이끌고 있는 실세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가 2주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쳤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부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인사들을 두루 만나 정치적, 경제적 협력을 논의하고 관계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아랍 전통의상인 칸두라를 벗고 정장 차림이나 청바지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미국 방문 2주차를 맞은 모하메드 부왕세자는 2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의 페이스북 본사를 방문해 저커버그 CEO와 회사를 돌아보고 가상현실 헤드셋인 오큘러스 리프트를 착용해보기도 했다. 또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을 들러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시스코 시스템즈의 경영진을 만나기도 했다. 모하메드 부왕세자는 두 회사와 사우디 인재들을 교육하고 사우디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에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모하메드 부왕세자는 청바지와 블레이저 슈트 차림이었다. 실리콘밸리의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인 분위기에 드레스 코드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워싱턴 D.C에서도 정장을 착용했다. 작년 9월 아버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과 함께 미국을 공식 방문했을 때 아랍 전통의상을 입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모하메드 부왕세자는 미국 방문 첫 주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애슈턴 카트 국방장관 등 정부 관료들과 정계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예멘 내전 개입으로 악화한 미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를 찾아 IT 대기업 경영진을 만났고 다시 동부 뉴욕으로 날아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월가 투자자들과도 접촉했다. 미국 대륙을 횡단하면서 외교사절 역할과 국가 홍보(IR) 활동을 톡톡히 한 것이다.

특히 유엔 방문으로 최근 갈등이 어느 정도 봉합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유엔은 사우디가 주도하고 있는 예멘 국제동맹군이 지난해 예멘 아동 1000명을 살상한 책임이 있다고 발표하면서 사우디를 아동인권 침해국 명단에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사흘 뒤 사우디와 아랍 연합군이 명단에서 빠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사우디가 비난 여론을 자극하면서 블랙리스트에서 사우디를 빼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인정했다.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이 유엔 프로그렘에 대한 다양한 자금지원을 줄이겠다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번 면담에서 모하메드 부왕세자와 반 총장은 예멘 민간인 보호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 정책을 홍보하는 기회로도 삼았다. 모하메드 부왕세자는 사우디에서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보조금을 줄이고 경제구조를 다각화해 2020년까지는 석유 이외의 부문에서 1000억달러 이상의 생산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월가 투자자들을 만나 사우디에 대한 투자를 당부했을 것으로 보인다.

△모하메드 부왕세자가 오큘러스 헤드셋을 체험하고 있다. (출처=아랍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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