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이원형)는 이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CJ그룹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횡령과 배임 등 같은 혐의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까지 실형 선고를 깨고 집행유예를 받은 상황에서 이 회장만이 실형을 확정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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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재벌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성난 여론이 이 회장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김승연 회장과 윤석금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며 사법부의 재벌 특혜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재판부 역시 “재벌총수라는 지위를 앞세워 개인의 이익을 취하면 엄중히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건전한 시장질서와 경제발전을 위해서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원심과 달리 일본 부동산 관련 배임 부분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집행유예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이미 2심에 범죄 금액이 감소한 내용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회장의 형량은 1심 재판부 4년, 2심 재판부 3년, 파기환송심 2년6월 등으로 줄어들었다.
이 회장의 집행유예를 기대하며 인사, 사업계획 등 그룹의 모든 현안을 이 회장의 ‘복귀’에 초점을 맞췄던 CJ그룹도 난처한 상황이 됐다. 성장이 멈춘 채로 2년 이상을 더 버텨야 한다는 우려가 그룹 전체에 퍼지고 있다.
CJ그룹은 선고 직후 “막막하고 참담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특히 이 회장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컸다. CJ그룹 관계자는 “수형생활이 불가능한 건강상태임에도 실형이 선고됐다”며 “그룹도 경영 차질 장기화에 따른 위기상황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비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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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이 회장은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고, 이날 실형 확정 판결에도 바로 수감되지는 않는다. 내년 3월까지 구속집행정지 상태이기 때문이다.
투자·인사 다시 제자리..‘비상경영’ 유지
오너 리스크가 가장 큰 부문은 투자와 인수합병(M&A)이다. 2012년까지만 해도 CJ그룹의 투자 금액은 전년대비 무려 1조2000억원 늘어난 2조9000억원을 기록했지만, 2013년에는 2조6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014년에는 1조9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올해는 아예 투자계획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
내년 역시 오너 없이 과감한 투자 계획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투자나 M&A는 단기 적자를 각오하는 등 리스크가 큰 만큼 전문경영인이 책임을 지고 결정하기는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이다.
당장 정기 임원인사도 비상이다. CJ그룹은 매년 10월께 정기 인사를 했지만 지난 2년간은 이듬해 4월에나 소폭 인사를 내거나 아예 인사 없이 회사를 운영했다. 오너의 부재가 길어지는 만큼 인사를 최소화하고 조직 안정화에 힘을 쏟아야 할 상황이 됐다.
업계는 CJ그룹이 앞으로 2~3년간 비용을 줄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비상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자녀가 아직 20~30대 초반으로 어리고 지분도 낮아 후계구도를 그리기에도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CJ그룹이 2020년을 기한으로 세운 목표들은 모두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다. CJ그룹은 ‘2020년 그룹 매출 100조, 영업이익 10조’를 목표로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톱 10 문화기업, 5대 물류기업, 5대 사료용 아미노산 생산기업’이라는 세부 목표도 내건 상태다. 그러나 이 모두 M&A나 과감한 투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다.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