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 허리 휜 삼성전자…실적 성장세 '급제동'

스마트폰 성장세 둔화·中 업체 약진에 한계 봉착
마케팅 중심 전략 탈피해 '新 사업기회 발굴해야
  • 등록 2014-07-08 오후 5:05:24

    수정 2014-07-08 오후 5:05:24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국내 1위기업 삼성전자(005930)가 지난 2분기 중 실적 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투입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지켜 왔던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8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2분기 잠정실적 자료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7조2000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15.19%, 전년 동기 대비 24.45% 급감했다. 매출액도 52조 원으로 전분기 대비 3.13%, 전년 동기 대비 9.50% 각각 줄어들었다. ▶관련기사 8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던 삼성전자 실적에 제동이 걸린 건 성장축이었던 스마트폰 판매가 주춤하고 있는 탓이다. 또 점유율 싸움을 위해 쏟아붓던 마케팅 비용을 줄이지 못한 것도 손익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이 회사 마케팅 비용은 30%대의 안정적인 점유율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질주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크게 불어났다. 지난 2011년 7조6315억 원에서 2012년 10조9422억 원으로 증가한 뒤 지난해엔 12조1847억 원으로 늘어났다.

2012년까지 1조 원대에 머물렀던 분기당 마케팅 비용은 지난해부터 2조 원대로 껑충 뛰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했던 최근 수년 간 이 같은 전략은 약발이 먹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사상 최대인 3조418억 원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3분기 중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대(10조1600억 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판매 증가세가 둔화되고,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면서 시장대응 전략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 둔화 속에서 중국과 유럽 내 경쟁 심화로 중저가 제품 재고가 증가하고, 재고 축소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공격적으로 집행하면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서 신제품 출시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면서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선 기존 시장을 수성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기회와 시장을 적극 발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병상에 누워있는 이건희 회장도 지난해 6월 신경영 20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이런 상황을 예견한듯한 화두를 던졌다. 이 회장은 “이제부터는 질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 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 나가야 한다.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전날보다 0.39% 오른 129만7000원에 마감했다. 투자자들이 과거에 갇혀있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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