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단 한번도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작품이 있다. 한강의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는 오는 2114년에 공개된다.
| 지난 2019년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의 노르드마르카 숲에서 미공개 원고를 전달한 한강 작가. (사진=Future Libra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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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강은 노르웨이 ‘미래 도서관’(Future Library)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스코틀랜드 예술가 케이티 패터슨이 주도로 하는 이 프로젝트는 2014년부터 매년 한 명의 작가에게 미공개 원고를 받아 오슬로 공공도서관에 봉인하고 2114년 종이책으로 출간하는 공공미술 기획이다.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를 시작으로 튀르키예 작가 엘리프 샤팍, 노르웨이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등 여러 작가가 참여했다.
한강 작가는 지난 2019년 5월 25일 오슬로 ‘미래 도서관의 숲’에서 ‘사랑하는 아들에게’ 원고를 전달했다. 이 책을 인쇄할 종이는 노르드마르카 숲에 심은 나무 100그루로 만들어질 에정이다. 제목만 공개됐을 뿐, 분량과 내용 등은 모두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당시 한강 작가는 “마치 내 원고가 이 숲과 결혼하는 것 같았고, 또는 바라건대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작은 장례식 같았고, 대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세기의 긴 잠을 위한 자장가 같았다”며 “백 년 뒤의 세계를 믿어야 한다. 거기 아직 내가 쓴 것을 읽을 인간들이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는 불확실한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19년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강연해서도 한강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원고를 받은 오슬로 시장이 100년 뒤에 꼭 출간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들의 낙관이 부럽기도 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아무것도 영속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 건물이 무너졌다가 새로 세워지고 자연이 언제 파괴될지 모르는 환경 속에서 살아와 영원의 이미지가 새롭게 느껴졌다”고 했다. 이어 “100년 뒤에 원고를 준 사람들이 모두 죽어서 사라지고 새로운 작가가 태어나서 불씨를 옮기는 것처럼 이어지는 거다. 덧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불확실성이 프로젝트의 핵심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