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당시 공장 안에는 배터리가 연속적으로 폭발하고 있었다. 만약 야외였다면 어떻게든 장비를 갖추고 접근했을 텐데 건물 안에서 난 불이라 내부 고립자 20여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바로 진입할 수 없어 너무 안타까웠다.”
|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사진=화성소방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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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의 사망자와 8명의 중경상자 등 31명의 사상자를 낸 화성 아리셀 공장 참사에 투입됐던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22일 이데일리와 전화 인터뷰에서 화재 당시 상황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일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 내부에는 당시 3만6000여개의 군납용 리튬배터리가 보관돼 있었다. 김 과장은 “물이 닿으면 더 큰 폭발이 발생하는 금수성(禁水性) 물질인 리튬의 특성상 배터리가 완전 연소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고, 불이 사그라든 후에야 내부 상황을 살피고 돌아가신 분들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화재 당시 강한 폭발로 현장에서 발견된 대부분 사체는 많이 훼손된 상태였다. 참혹한 현장을 수습해야 했던 현장 대원들의 정신적 피해는 없었을까. 김 과장은 “현장에 투입됐던 대원 276명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소속 심리상당사가 각 119안전센터를 순회 방문하며 1차 확인을 했다”며 “다행히 아직까지 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다른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직원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아리셀 화재와 같은 대형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2가지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안전에 대한 인식개선이다. 김 과장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위험물이나 유해화학물질 취급 근무자들의 안전의식이 선행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업체에서도 안전에 투자하는 비용이 헛된 비용이 아님을 인지하고 근로자들도 평소에 자기가 근무하는 작업장 내부 구조와 유사 시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피난통로 등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막상 위험상황이 닥쳤을 때 조금이나마 빠르게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지난달 24일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 화재 당시 김진영 화성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이 현장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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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로는 신속한 대응을 위한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꼽았다. 김 과장은 “유해화학물질 관련 대형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아리셀 화재처럼 연소 속도도 빠르고 특히 인체 유독한 유해가스가 공기 중에 방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화재가 발생한 화성시 서신면과 마도 쪽에도 유해화학물질 취급 업체가 밀집된 산업단지가 5개나 있는데 가까운 거리에서 대응 가능한 지역대는 2개뿐이어서 신속한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실제 화성시 내에는 공장은 9700여개 이상, 이중 유해화학물질 취급 업체는 3000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화성시 전체 면적은 700.6㎢로 서울특별시 면적(605.21㎢)보다 넓지만 관할 소방서는 화성소방서 1곳에서 전역을 맡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재난방지는 국가적 책무다. 단순한 경제논리를 떠나서 안전분야에 있어서는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며 “대형화재로 발생한 많은 인명과 국가적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화성소방서를 비롯한 전국 소방관서에 충분한 인력과 장비가 채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