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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채윤 인턴 기자] 최근 유럽연합(EU)이 미국을 따라 중국의 인권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대외정책과 거리를 두며, 조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외교와 대중 전략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EU가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EU 고위 관리들은 전날 중국의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소수 민족 학살과 홍콩 인권 탄압에 연루된 중국 관리 4명과 1개 단체에게 입국금지 및 자산동결 등의 제재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한 공식 승인은 외무 장관들이 회동하는 이달 말께 이뤄질 예정이며, 제재 대상 명단도 이때 공개될 것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EU가 중국에 ‘인권 침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제재하겠다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장에서 위구르 인의 대우에 대해 수많은 중국 관리와 기업을 표적으로 삼은 미국과 달리 EU는 1989년 이후 베이징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부과하지 않았었다.
EU는 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반정부 세력의 출마를 막는 홍콩 선거제 개편안을 11일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미국과 마찬가지로 추가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낸 성명에서 홍콩 선거제 개편안을 비판하며 “EU는 추가 조처에 나서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며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한 부분인 홍콩 상황에 관심을 더욱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개편안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과 중국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들,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편안이 홍콩의 민주적 책임성과 정치적 다원성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은’ 현재의 입법회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입법회와 행정장관을 궁극적으론 보편선거로 뽑도록 규정한 기본법에 반한다고 부연했다.
앞서 EU는 작년 중국이 반정부 세력을 옥죄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하자 홍콩 내에서 탄압이나 감시에 이용될 수 있는 기술의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모여 홍콩의 선거제나 사법독립 훼손 시 추가대응에 나서기로 합의한 바 있다.
WSJ는 “EU가 최대 교역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인권 문제를 문제 삼는 것은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