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영국 여왕 "인종차별 문제 심각하게 다룰 것"

  • 등록 2021-03-10 오후 1:50:59

    수정 2021-03-10 오후 1:50:59

[이데일리 정시내 기자] 해리 왕자 부부가 영국 왕실 생활 중 인종 차별을 당했다고 폭로한 가운데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침묵을 깨고 입장을 밝혔다.

영국 왕실은 9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대신해 낸 성명에서 “제기된 문제들, 특히 인종 관련된 것은 매우 염려스럽다. 일부 기억은 다를 수 있지만, 이 사안은 매우 심각하게 다뤄질 것이고 가족 내부에서 사적으로 처리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사진=AFPBBNews)
여왕은 “모든 가족은 해리 왕자와 그의 배우자 메건이 지난 몇 년간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두 알고 나서 슬퍼했다”며 “가족들은 해리, 메건, 아치를 늘 사랑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여왕이 ‘사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한 부분을 들어 해리 왕자 부부가 제기한 인종차별 주장에 ‘선을 그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해리 왕자와 부인인 메건 마클은 7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에서 방영된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영국 왕실 생활을 언급했다.

해리 왕자, 부인 메건 마클(사진=AFPBBNews)
마클은 “순진한 상태에서 영국 왕실에 들어갔던 것 같다”며 “왜냐하면 왕실 가족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클은 또 영국 왕실 일원이 된 이후 침묵한 채 지내야 했다면서 “난 왕실로부터 보호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왕실 기관 사람들)은 다른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도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마클은 ‘자신을 해하려고 생각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왕가에서의 곤경 때문에 극단적 선택 충동을 갖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해 왕실에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도 전했다.

특히 그는 지난 2019년 5월 출산한 아들 아치와 관련해서는 “아들이 태어났을 때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 등에 대한 우려와 대화들이 오고 갔기 때문에 왕실이 아치를 왕자로 만들기를 원치 않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애나 화이트록 런던대 역사학 교수는 AP통신에 “여왕의 성명은 길지는 않지만, 매우 분명한 의도를 담고 있다”며 “가족 문제로 마무리지어 왕가 기관에 대한 비판이나 논의에서 떼어놓으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이자 찰스 왕세자의 차남으로 영국 왕위 계승 서열 6위인 해리 왕자는 할리우드 인기 여배우였던 마클과 지난 2018년 5월 결혼했다.

그간 해리 왕자 부부와 왕실의 불화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두 사람은 결국 지난해 1월 왕실로부터의 독립을 전격 선언했다. 현재 이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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