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 상주로 나선 손 전 대표는 전날에 이어 19일에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 목사는 손 전 대표의 멘토이자 결혼식 주례를 맡을 만큼 막역한 사이였다. 손 전 대표가 1980년 민주화의 봄을 맞아 영국 유학길에 올랐을 때, 유학경비를 대주고 영국쪽에 추천해 준 이도 박 목사다.
손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박 목사는 저의 젊음, 민주화운동, 오늘이 있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이라며 “1972년초 군을 제대하고 바로 찾아간 곳이 서울제일교회였다. 박 목사는 당시 한국에 일던 해방신학, 민중신학에 선구자적 역할을 하며 서울 청계천 판자촌 주변에서 빈민선교를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손 전 대표는 이어 “박 목사는 ‘노동운동도 중요하지만 빈민운동, 빈민선교가 중요하다’며 청계천 빈민선교조직에 저를 참여시켰다. 그 뒤 유신체제하 긴급조치가 선포되고 기독교가 반유신운동, 반 박정희 독재운동에 앞장섰을 때 저도 함께했다”고 기억했다.
손 전 대표는 고인에 대해, “본인을 위해 일한 건 없고 오직 젊은이와 젊은 기독교인, 시민들을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독려해준 진정한 민주주의 지도자였다”며 “정말로 어려운 때 한국을 민주화로, 인권국으로 이끈 박 목사가 가신 것을 대단히 애석하게 생각한다”고 애통해했다.
◇손학규 “목사님 뜻 받들어 우리나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 김종인 문재인과 만남 불발 = 손 전 대표가 정계복귀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상주로 나선지라, 정치권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를 비롯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문재인 전 대표 등이 이날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상주인 손 전 대표와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눌 때, 어떤 대화가 오갈지 주목을 받았으나, 손 전 대표가 잠시 쉬러 간 사이에 조문을 와 조우는 불발됐다.
그러면서 손 전 대표는 “정말 어려운 때이다. 박 목사님의 뜻을 꼭 받들어 우리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꿈과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그런 뜻을, 우리가 잘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전 대표는 대선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자, 감사합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정치권에서는 추석 연휴 전후로 정치재개에 나설 손 전 대표가 마지막일 수도 있는 대선 도전을 위해 제3지대서 새로운 정치조직을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치조직을 기반으로 대선을 앞두고 벌어질 정계개편 과정에서 새판짜기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 지도부 모두 조문, 문재인 “민주주의 거꾸로 가 정말 안타깝다” =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야권 지도부도 총 출동했다. 더민주 김 대표는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목사는) 개인적으로 한 번도 본적이 없어 잘 알지 못하지만 1970년대 유신시절에 민주화 운동으로 고생을 많이 한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 국민의당 대표직 양보 러브콜에, 손학규 정운찬 No
☞ 호남민심 3분 문재인 안철수 손학규, 최종 승자 누구일까
☞ 변재일 “손학규·친문, 함께하는 것은 필요..방식에 이견”
☞ 손학규, 9월 정계복귀… 제3지대서 새 정치조직 만든다
☞ 안철수 이대로 가면, 손학규 박원순한테 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