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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세계 최대 석유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다음달 정례회의에서 또다시 감산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으로 인해 한동안 잠잠하던 이라크까지 나서 석유 수출을 늘리겠다며 OPEC 전략에 동참했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가 또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브렌트유가 50달러 초반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가는 올해 초 6년래 최저치를 경신하며 하락세를 거듭해왔으나 최근 미국 셰일 산업 위축 덕에 소폭 반등해왔다.
OPEC “사우디 전략 통했다”..산유량 감축 없다
OPEC은 다음달 5일부터 이틀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반기 회의를 개최한다. 이 회의에서 OPEC은 유가 하락과 관계없이 산유량을 늘리는 현재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프란시스코 블랜치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상품 리서치 대표는 “사우디는 그들의 전략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굴착 장비 가동 수와 설비투자가 감소한다는 것은 전략이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조심스러운 단계인데다 유가 반등으로 셰일 생산이 다시 늘어날 수 있어 당분간 기존 전략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셰일오일을 생산하는 유휴 유정은 올해말까지 유가가 배럴당 65달러로 유지될 경우 하루에 추가로 50만배럴을 더 생산해낼 수 있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상품 리서치 대표는 “셰일은 신속하게 생산을 재개했다 빠르게 해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반등한 것도 사우디가 전략을 고수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해 여름 배럴당 115.71달러를 찍은 이후 33% 하락했다. 1월에는 45.19달러로 6년래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미국 셰일 오일의 굴착 가동 장비 수가 감소하면서 이달 26일 63.72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유가 반등은 셰일 산업 위축의 결과이지만, 동시에 셰일 오일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
이라크 OPEC회의 전에 수출량 늘려..유가 또 하락하나
OPEC 일부에선 회의에서 산유량 감축 여부를 결정하기도 전에 이미 수출 시장 점유율을 고수하기 위한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라크가 내달부터 일일 375만배럴의 석유를 해외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 달전에 비해 단숨에 26%나 늘린 것으로 하루 수출량으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OPEC는 현재 일일 평균 3000만배럴 이상 석유를 생산하지 않도록 자율 규제 성격의 쿼터(한도)를 회원국들에게 권고하고 있는데 이라크가 수출량을 늘릴 경우 이 한도가 자연스럽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브렌트 선물 가격이 올해 평균 배럴당 62달러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6개월래 51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