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시신 되찾으려는 시위대 유가족에 10만원 내라"

"지난 9일 82명 집단학살 후 영안실에 시체 쌓아둬"
CNN "유가족에게 시신 수습비용 85달러 청구"
  • 등록 2021-04-12 오후 3:07:10

    수정 2021-04-12 오후 3:07:10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얀마 군부가 반(反)정부 시위대 유가족들에게 시신 수습 비용 85달러(한화 약 10만원)를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인권 감시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은 전날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 북동쪽으로 약 90㎞ 떨어진 바고에서 지난 9일 최소 82명이 미얀마 군경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다. AAPP는 미얀마 군경이 소총과 수류탄을 사용해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다면서 집단학살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CNN은 인근 마을로 피신한 바고 주민들 및 목격자 인터뷰를 토대로 현재 바고 지역에서는 인터넷이 차단돼 있으며, 미얀마 군경이 인근 지역을 수색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지난 9일) 총격 사건 이후 시체가 영안실에 쌓여 있었다”며 “위협을 느껴 우리는 근처 다른 집으로 이동해야 했다”고 말했다.

CNN은 또 바고대학교 학생회의 페이스북 계정을 인용해 “시신을 되찾으려는 유가족들에게 미얀마 군경이 12만짯(kyat·미얀마 화폐 단위·약 10만원)을 청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족의 목숨을 앗아간 것도 모자라 시신을 돌려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또한 바고대 학생회의 게시물이 사실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미얀마 관영 매체인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는 오히려 군경이 지난 9일 바고에서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폭도들이 수제 총, 화염병, 화살, 수제 방패, 수류탄 등을 사용해 보안군을 공격했다”고 했다.

미얀마 주재 미국 대사관은 전날 트위터에 “우리는 바고와 그 주변에서 보안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전쟁 무기를 반복 사용해 발생한 무의미한 인명 손실을 애도한다”고 게재했다. 그러면서 “군부는 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있으며 폭력과 공격을 종식시키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에 따르면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은 “군부는 정권을 잡은 것이 아니라 다당제 민주주의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얀마 군부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도 CNN 인터뷰에서 “장군들은 선거 부정을 조사하는 동안 이 나라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 유혈 사태는 폭동적인 시위자들의 잘못”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한편 AAPP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쿠데타 이후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 수는 700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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