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사태` 불씨 여전..검찰發 `후폭풍` 예고

검찰 수사에 따라 신한사태 새 국면 돌입
정치권으로 전선 확대..羅-李 리더십 치명타
무너진 `신한 브랜드`..조기수습 난제
신한 노조 "羅-李에 사태 책임 묻겠다"
  • 등록 2010-09-14 오후 8:45:10

    수정 2010-09-16 오전 7:31:57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신한금융지주(055550) 사태가 신상훈 사장의 `직무정지`로 봉합됐지만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신 사장의 거취가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여전히 유동적인데다 라응찬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역시 고소·소송의 수렁에 빠진 만큼 이번 사태의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치권은 다음달 국정감사에서 사태의 배경을 파헤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신한금융의 무너진 대외신인도와 흐트러진 조직 등 후유증 수습도 쉽지 않은 과제다. 

◇ `羅-申` 엇갈린 공방..신한 사태, 검찰 수사에 달렸다

신한사태 후폭풍의 열쇠를 쥔 곳은 검찰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신 사장이 명예를 되찾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라 회장과 이 행장이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된다. 신 사장은 친인척 회사에 438억원의 부당 대출하는데 압력을 넣었고 15억6600만원의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자문료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최대 분수령으로 떠오른 신 사장의 자문료 혐의는 여진의 핵심으로 꼽힌다. 은행 일각에선 문제가 된 자문료를 "라 회장 등 경영진이 함께 쓰는 일종의 공금"으로 보고 있다. 신 사장의 횡령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라 회장 역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의미다.

이번 고소건을 제외하더라도 `신한금융 3인방`을 둘러싼 고소와 소송 건수는 총 3건에 달한다. 라 회장과 이 행장은 전날(13일) 시민단체와 재일동포 주주들로부터 각각 `금융실명제 위반` 혐의와 `신 사장 고소로 은행이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 고발과 해임 소송을 당했다. 이 행장을 상대로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낸 오사카 거주 재일동포 주주 4명은 과거 신 사장이 오사카 지점장을 지낼 때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모두 373만주(0.788%)다.

신 사장이 고소를 당한 배경으로 지목된 종합레저업체 투모로그룹의 자회사인 투모로CC와 금강산랜드도 같은날 ▲부당대출(950억원) 허위사실 유포 ▲국일호·홍충일 대표와 신 사장간 친인척 관계 주장 ▲고소장에 그룹사 대표 실명을 공개 등을 이유로 신한은행에 손배소를 제기했다.

비록 이번 사태가 `신 사장 직무정지`로 봉합됐지만 검찰 수사 결과 등에 따라 신한금융 3인방 모두 상처 입은 패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소와 소송이 난무한 어수선한 상황에서 라 회장과 이 행장이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지을 리더십을 발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정치권으로 전선 확대..다음달 국감 `주목`

신한사태가 신한금융내 후계를 둘러싼 권력암투로 촉발된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지만 이미 사정기관의 수사를 넘어 정치권 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의 배경에 정치권의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오는 10월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는 계획이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예결위에서 "2007년 2∼3월 거액의 차명예금이 현금 또는 수표로 교환돼 라 회장 명의로 전환, 같은 해 5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전 회장이 경영하는 사업에 투자비 명목으로 50억원이 송금됐다"며 "이 계좌가 9명의 차명으로 관리됐다는 사실을 자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금감원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라 회장을 비호하는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이 문제를 공개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민주당 비대위 대표도 최근 라디오인터뷰에서 "영포 라인이 금융계까지 제재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현 정권이 KB금융에 이어 신한은행까지 손아귀에 넣기 위한 일종의 권력투쟁"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사태에 이어 신한사태까지 정치권이 개입했다면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확산될지도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치권의 압박이 계속되면 라 회장과 이 행장의 `2인 체제`가 급속히 힘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무너진 `신한 브랜드`..노조 반발 `후폭풍`

이번 사태가 13일째 지속되면서 신한금융의 대외신인도가 급격히 추락하는 것도 문제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신용평가사들까지 이미 신한금융의 브랜드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는 경고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베아트리체 우 무디스 부사장은 전날 "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소한 것은 신한은행의 명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신한금융의 CEO 리스크를 거론하며 신한금융 주가에 부정적 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대폭 수정해 낮추거나 아예 투자의견 보고서 작성을 중단했다.

임직원의 분열 등 와해된 조직 분위기를 어떻게 수습할지도 관심사다. 라 회장은 조만간 이번 사태를 조기 수습하기 위해 직접 대고객 사과문을 발표하고 직원들을 상대로 이번 사태의 불가피성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흐트러진 조직을 조기에 다잡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힘을 잃을 신 사장 측 인사들이 연말 정기인사때 대거 물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한동안 뒤숭숭한 분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한 직원은 "그동안 어렵사리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는 한 순간에 모래알같이 부서질 수 있는 반면 다시 재건하는 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한은행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검찰수사 발표 전 신 사장 해임 또는 직무정지에 반대한다고 밝힌 만큼 라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에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 관련기사 ◀
☞금융권 "申 직무정지 불가피한 선택..사태 장기화 우려"
☞신상훈 사장 "직무정지안 가결 서운하지만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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