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코앞인데…막말 후보자 징계 두고 김종인 리더십 '흔들'

윤리위 차명진 '탈당권유' 결정에 "한심한 사람들" 맹비난
황교안 "윤리위 독자적 권한 갖고 결정내려"…윤리위 결정 수긍
김종인·황교안, 윤리위 결정에 다른 시각 보이며 내분 양상
  • 등록 2020-04-10 오후 2:03:36

    수정 2020-04-10 오후 2:03:36

[이데일리 송주오 배진솔 김나경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후보자들의 막말 사태를 수습하며 단호한 대처를 강조한 것과 다른 당의 결정이 나오고 지도부 간 의견도 엇갈리면서다. 김 위원장은 당 결정에 분노를 표출하면서 내분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사진=연합뉴스)
통합당 중앙윤리위원회는 10일 오전 세월호 텐트에서 문란한 행위를 했다고 발언한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에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다. 윤리위는 “선거기간 중 부적절한 발언으로 당에 유해한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상대 후보의 ‘짐승’ 비하 발언에 대하여 이를 방어하고 해명하는 측면에서 사례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탈당 권유’ 결정을 내렸다.

윤리위의 결정은 사실상 차 후보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통합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탈당 권유를 받은 자는 통보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탈당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한을 넘기면 자동 제명처리 된다. 남은 총선 기간을 고려하면 통합당 후보로 계속 선거 운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차 후보는 윤리위 결정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리위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다행히 제명은 면했다”며 “미래통합당후보로 선거완주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선거운동 시작했다”고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차 후보의 징계 내용을 듣고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윤리위위원회가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맹비난한 뒤 “나는 선거총괄대책위원장으로 그 사람을 통합당 후보로 인정을 안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윤리위 결정에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낼 정도로 분노를 표출했다.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도 “윤리위에서 한 결정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재단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우리당에게 좋은 일은 아니다. 한심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김 위원장은 차 후보의 제명을 기정사실화했다. “부적절하고 막말을 하는 사람에 대해선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날 이진복 총괄선대본부장이 “뉘앙스를 정확히 살펴보고 조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해당 방송 내용을 들어보지도 않고 일부 기사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고 다른 목소리를 내며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황교안 대표도 김 위원장과 노선을 달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종로 유세 중 기자들과 만나 “우리 총괄선대위원장 김종인이 말씀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며 “윤리위원회는 윤리위원회대로 독자적 권한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결정에 내려진 걸로 알고 있다”고 말해 윤리위 결정을 수긍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의 4·15 총선을 총책임지는 원톱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황 대표가 종로에 집중하는 사이 김 위원장이 전국 지역구를 돌며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통합당이 김 위원장을 영입할 당시 ‘김 위원장이 사실상 원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를 5일 앞둔 시점에서 김 위원장과 당내 주요 인사들이 엇박자를 내면서 자중지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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