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철강 화학 같은 공급과잉 업종에 ‘관세 폭탄’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덤핑관세 등 전세계 무역구제조치의 대부분이 이런 업종인 것으로 파악됐다.
철강 화학 등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이다. 전세계 보호무역 조치가 우리 수출에 직접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정부가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천명하고 있어 더 주목된다.
반덤핑관세 등 무역구제조치, 철강·화학 집중
30일 한국은행이 ‘최근 글로벌 보호무역 흐름’ 보고서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자료를 인용한 결과를 보면, 2010~2015년 중 전세계 반덤핑관세가 적용된 업종은 철강(33%) 화학(24%) 플라스틱(1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덤핑관세는 수입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려는 목적의 무역구제조치 중 한 종류다. 외국상품이 정상가격의 범위 이하로 수입될 때 수입국 정부가 정상가액과 덤핑가격의 차액만큼 관세로 부과하는 조치를 말한다.
반덤핑관세뿐만 아니다. 상계관세 역시 철강(44%) 화학(19%) 플라스틱(8%) 순으로 많이 적용됐다. 상계관세는 생산 혹은 수출 과정 중 직간접적으로 보조금을 받은 외국상품이 수입될 때 그 보조금만큼 추가 부과되는 관세다.
조인우 한은 국제경제부 조사역은 “전세계 관세율은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파악이 어려운 무역구제조치와 비관세조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무역주의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 무역구제조치는 2004~2007년 연평균 154건에서 2012~2015년 연평균 184건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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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수출에 부담 클듯…“정부대응 중요”
더 우려되는 점은 우리나라를 향한 보호무역 조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WTO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도입한 무역구제조치는 2005~2008년 연평균 8.8건이었는데, 2012~2015년 때는 13.5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본격 시행(in force) 전 조사(investigation) 단계인 건수가 많아 우려된다. 같은 기간 조사개시 건수는 연평균 11건에서 22건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추후 무역구제조치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는 무역구제조치와 비관세조치 방식의 보호무역주의가 우리나라의 주력인 철강 화학 전자 등에 집중돼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 조사역은 “전세계 보호무역 흐름 장기화에 대비해 정부 기업 전문가 등의 전방위적인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대부분의 조치가 각국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만큼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경계하는 국제적인 공동대응 노력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