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서울에서만 한화(000880)갤러리아63면세점, HDC신라면세점, SM면세점 등 3곳이 문을 열었고 신세계(004170)·두산(000150)이 운영하는 시내면세점이 5월 개점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이번주 최대 4곳의 시내면세점을 신규로 내주는 방안이 유력해지면서 서울에서만 최대 13곳의 시내면세점이 들어서게 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6곳에 불과했던 시내면세점이 2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신규 사업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시장에 참여한 기업이 갑자기 늘어났지만 인프라는 1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면세사업은 백화점·마트 등 유통채널과는 달리 직접 상품을 매입해 이윤을 붙여 판매하는 구조로, 결제수단도 한화가 아닌 달러화다. 면세사업을 운영해 본 경영 노하우와 상품기획(MD) 등 매장 인력, 서비스 시스템 등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채 신규 사업자들이 대거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게다가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이른바 ‘3대 명품’을 유치하기 위한 면세점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면세점 진출 기업들이 명품 유치에 사활을 걸면서 명품의 콧대만 높여주고 있다. 지난 18~20일 한국을 방문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이 어떤 기업을 방문했는지가 최대 관심사가 된 게 상징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적으로 모든 시내면세점이 명품 브랜드를 유치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는 6월 특허기간 종료로 문을 닫아야 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관세청의 신규 특허 경쟁입찰로 폐점하지 않으면 다른 면세점들은 명품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 신규면세점 관계자는 “월드타워점이 특허를 새로 얻는다면 그곳에 있는 3대 명품이 굳이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할 이유가 없다”고 우려했다.
이럴 때일수록 면세점들이 명품 브랜드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 주요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한국(K) 뷰티·패션·잡화 제품을 더욱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태후 열풍’ 등 한류(韓流)에 기대 막연하게 관광정책을 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유커가 줄고 일본·태국으로 간 유커가 늘어난 것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회성 이벤트로 관광객 수가 늘어나는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정부의 관광 백년대계가 무엇인지 이제는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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