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지원을 바탕으로 급성장해온 현대글로비스는 오너일가가 주식을 팔아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현금창출원’, 현대모비스는 오너일가가 궁극적으로 지분을 확보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이다.
만 하루가 지나기 전 지분매각이 무산되면서 오너일가가 확보할 뻔한 현금이 어디로 향할 지 확인할 수는 없게 됐지만, 주가 움직임은 ‘신호’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
13일 주식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086280)는 정규시장 거래시작과 동시에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며 전날보다 15%(4만5000원) 급락한 25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모비스(012330)는 11.55%(2만7500원) 급등한 26만5500원으로 마감, 두 회사의 주가 ‘간극’은 순식간에 30% 가까이 벌어졌다. 시장이 글로비스 지분매각 시도로 오너일가의 ‘의중’을 엿볼 수 있었다면,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방향도 하나로 모아진다. 지금까지 나온 무수한 시나리오를 뒤덮는 ‘원점회귀’와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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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글로비스 지분율(31.88%), 글로비스와 모비스의 시가총액(합계 약 35조)을 감안하면, 두 회사 합병시 정 부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합병회사 지분은 10% 남짓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정몽구 회장의 글로비스 지분(11.51%)과 모비스 지분(6.96%)까지 합치면 합병회사 지분을 2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이 지분은 궁극적으로 천문학적 세금을 치러야 하는 대상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시도한 것도 합병으로는 모비스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란 해석이 주를 이룬다. 아울러 13일 주가가 반영하듯 글로비스 지분매각 시도로 두 회사가 극심한 주가 변동성에 노출되면서,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큰 변동이 없어도 균형추가 한 쪽으로 쏠리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현대모비스 지분없는 정 부회장이 확보 가능한 합병회사 지분은 더 낮아질 수 밖에 없게 된 셈이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황태자’로 군림해오던 글로비스는 ‘현금’, 그동안 다소 소외된 듯한 현대모비스는 ‘주식’이라는 인식이 시작된 이상 합병 가능성은 사라졌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정의선 부회장 입장에서는 지분을 매입하든, 증여세를 내든 현금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현금을 창출할 가능성 높고 양사 합병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모비스 변함없는 존재감‘…새로운 방안 가능성
현대차그룹은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현대모비스(012330) 3사가 동그라미 형태의 환상형 순환출자 구도를 가지고 있어 어느 회사나 지배구조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시가총액 40조원의 현대차는 ‘가까이 두기에 너무 큰’ 회사이고, 현대모비스와 비슷한 규모의 기아차는 오너일가 지분율(정의선 부회장 1.74%)이 가장 낮은 회사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정몽구 회장 지분(6.96%)이 후계구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가장 덩치 큰 현대차를 지배하는 최대주주다. 오랫동안 현대모비스가 변함없이 지배구조의 중심축으로 거론되어온 결정적 이유다.
이러한 관점은 앞으로도 유효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관건은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어떻게 확보해나가느냐다. 시장이 현대모비스를 ‘사야 할 주식’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정 부회장이 직접 지분을 확보할 여력은 점점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양희준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주가변동성에 노출돼 단편적인 지분이동은 궁극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않는다”며 “결국 그동안 시장에서 거론되던 모든 시나리오를 원점으로 돌리고 큰 틀에서 새로운 방안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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