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성재 기자] 한동안 이문열의 소설 제목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가 경제에 다양하게 패러디 됐다. `추락하는 부동산 날개가 없다`, `추락하는 증시 날개가 없다` 등.
최근 유업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매일유업(005990)이 화두에 오른다. 최근 두달새 식중독균 분유와 아질산염 분유 논란에 이어 포르말린 우유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심각하다 못해 안타깝기까지 한 상황이다. 계속되는 논란으로 핵심사업인 분유 매출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3년전 경쟁사가 멜라민 분유 논란으로 고초를 겪자 매출이 늘어나는 등 반사이익을 누리던 와중에 상황이 역전됐다.
어느 기업이든 위기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를 `얼마나 지혜롭게 넘길 수 있느냐`에 따라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경쟁업체가 멜라민 사태 이후 안정적인 경영상황을 보이고 있는 것이 가까운 예다.
유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매일유업이 이같은 사태를 겪으며 보여주고 있는 대응이다. 지난 3월 국가 연구원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이 나왔다는 발표가 있자 매일유업의 위기관리는 빨랐다.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여러 외부 연구소에 문제가 된 제품을 보내 재검사를 의뢰했고 이후 검사 결과를 토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알렸다.
문제는 그 이후. 식중독균 파동이 다소 누그러지는 모습을 보이자 매일유업은 임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에 나섰다. 홍역끝에 영업·생산·원료 등 주요 임원 7명이 지난달말 권고사직했다.
해당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한 뒤 관련 임원들이 줄줄이 권고사직 당하자 말이 나왔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권고사직한 임원중 6명이 매일유업에서 시작해 20년 안팎을 근무한터라 직원들의 동요까지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 과정에서 매일유업에서 시작한 임원들과 외부 영입 임원들간 세력다툼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 내외부에서는 "식중독균 논란이 가라앉았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여전히 제품 구입을 찜찜해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안전을 강화하고 소비자를 설득하는 노력보다 책임소재를 놓고 이전투구를 하느라 분위기만 흉흉해졌다"며 입방아다. 업무상 잘못이 있어 책임을 물을 것은 물어야 하지만 그게 우선이었냐는 것이다. 이 와중에 `아질산염`, `포르말린` 논란까지 겹치자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경쟁업체들조차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금 매일유업이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모든 직원이 똘똘 뭉쳐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소비자를 설득해야 한다. 믿음을 줘야 한다. 잘잘못을 따져 책임을 묻는건 그 뒤에 해도 된다. 진짜 위기는 외부적인 요인보다 내부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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