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대우조선 3조 손실…풀리지 않는 분식 의혹

"보상금 확정 안돼 미리 손실 반영 못했다"지만, 1조 손실 반영한 '송가 프로젝트' 보상금 여전히 확정 안돼
"기존 경영진, 공사 마무리되는 시점에 손실 반영하는 스타일" 해명, 회계원칙에 어긋나
  • 등록 2015-07-30 오후 4:30:13

    수정 2015-07-30 오후 4:30:13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잦은 설계 변경에도 선주측 보상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원가 상승분을 미리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제품 공정률이 상당 부분 진행된 이후에나 정확한 손실 규모 산출이 가능했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3조원 손실을 올해 2분기에서야 반영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송가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 노르웨이의 원유 시추업체 송가 오프쇼어가 시추선 건조 지연에 대한 보상금을 확정해주지 않아 그동안 손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송가 프로젝트 보상금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이 이달 중순 영국 런던해사중재인협회에 중재 신청을 한 것도 이를 확정하기 위해서다. 대우조선 해명대로라면 송가 프로젝트 보상금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이 프로젝트에서의 손실도 올 2분기에 반영할 수 없어야 한다. 그러나 정성립 사장은 이 프로젝트에서만 1조원 이상의 손실을 반영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회계감독당국에서는 보수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회계기준상 선주 보상금에 대한 회계 처리는 앞으로 보상금액이 확정되는데 따라 별도로 반영하고 그 이전이라도 손실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면 이를 즉각 공사손실충당금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은 송가 프로젝트를 비롯해 3~4개 해양플랜트 사업장에서의 손실을 올 2분기에 털어냈다. 설계 방식과 계약 내용, 사업장별 공사 진행 상황이 모두 다른데도 같은 분기에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한 것도 분식회계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전 경영진은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손실을 반영하는 스타일이었다면 현 경영진은 공사 도중이라도 미리 손실로 털 것은 털고 가자는 스타일”이라며 “공사가 마무리될 때 손실을 반영할지, 공사 도중에 반영할지는 수주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회계감독당국은 수주기업이라도 공사 도중 예상 손실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면 즉각 반영하는 것이 현행 기업회계 원칙이라고 설명한다. 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예상 손실을 더욱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는 건 맞지만 공사 진행 정도가 낮다는 이유로 예상 손실을 반영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분식회계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손실 은폐의 고의성이나 원가 추정의 적절성을 증명하기가 어려운 탓에 분식회계 감리에 착수하지 못할 뿐 수주기업들은 합법과 불법의 아슬아슬한 선상에서 회계 처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수주기업 경영자들이 보수주의적인 회계 원칙을 갖지 않으면 수주기업 실적에 대한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본 도시바의 분식회계 사례를 보면 회계부정에 연루된 경영진이 줄줄이 사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회계 처리에 대한 경영진 책임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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