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춘추전국시대’로 불리는 낸드플래시 시장이 더욱 치열한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아직까진 국내 기업이 큰 격차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미국 마이크론과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거센 추격에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 (그래픽=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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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낸드 최대 실적…경쟁 치열15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024 회계연도 4분기(6~8월) 낸드 사업에서 처음으로 매출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를 넘어섰다. 분기 최대 규모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용 SSD 수요가 높아지며 낸드 매출의 약 40%를 차지한 영향이다. 마이크론 측은 “8세대와 9세대 등 선단 공정 위주의 낸드 양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매출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낸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다. 그러나 AI 영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데이터센터 규모가 커지면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반도체가 필요해졌는데 이 역할을 낸드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낸드 업체들이 감산에 돌입하고 설비투자를 축소한 탓에 현재 높은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낸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005930)가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낸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6.9%로 1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000660)(22.1%), 일본 키옥시아(13.8%), 마이크론(19.81%), 미국 WDC(10.5%)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2분기 점유율 3위를 기록했던 SK하이닉스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국내 기업들이 순항하고 있는 추세다.
다만 D램 시장처럼 향후 낸드 경쟁 구도 역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긴장을 놓을 상황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D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강 과점 체제가 형성돼 있지만, 낸드의 경우 중국을 포함해 최소 6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시장점유율 2위 이하 기업들의 점유율과 매출액 순위가 계속해서 변동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낸드플레시 시장점유율. (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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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무서운 속도로 추격…기술력 2년 차이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시장조사업체 순위 밖 기업에 포함되는 중국 YMTC다. 미국 제재 등으로 아직 시장에서 주요 기업 반열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YMTC는 지난해 232단 낸드 양산에 성공하며 턱 밑까지 쫓아왔다. 삼성전자가 290단대 낸드를 양산했고 SK하이닉스는 321단 낸드 기술을 공개했으나, 230단대 낸드는 여전히 선단으로 꼽히는 품목이다. 한국과 중국의 D램 기술 격차는 5년인 반면 낸드는 2년으로 더 좁혀져 있다.
시장점유율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2분기 낸드 시장에서 ‘기타’ 부문 매출액과 시장점유율은 각각 3억5500억달러(약 4838억3000만원), 3.8%였다. 올해 2분기엔 각각 8억1300만달러(약 1조1080억원), 4.8%로 성장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점유율 추이를 보면 삼성전자가 약간 하향하는 추세이고 SK하이닉스가 약진하고 있다”며 “그 이유 중 하나가 가장 아래에 있는 ‘기타’ 부문이 무시 못 할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 교수는 “낸드가 쌓아 올리는 기술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중국 YMTC가 (시장에) 진입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낸드플래시 로드맵. (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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