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극복, 정부조직 혁신해야…한국式 장기정책 필요"(종합)[ESF2024]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세션1 발표
전병목 이사·이상협 교수, 거버넌스 혁신 필요성 강조
"장기 시계서 명확한 의도 가진 저출산 정책 펴야"
"저출산 대책 380조 어디에?…한국式 정책 펼쳐야"
  • 등록 2024-06-19 오후 3:26:31

    수정 2024-06-19 오후 6:50:56

전병목 IBK기업은행 상임감사(차기 한국재정학회장)과 이상협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과 교수가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세션1에서 ‘출산친화적 인구정책을 위한 정부 거버넌스의 혁신’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하상렬 기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는 심의기구이기 때문에 실행 능력이 없다. 예산과 정책을 변경할 수 있는 실행 조직이 돼야 한다.”

차기 한국재정학회장에 선출된 전병목 IBK기업은행 상임감사는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인구위기…새로운 상상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저출산 전담 조직의 필요성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전 감사는 “(현재 구조에선) 저출산위의 아이디어가 개별적으로 특정한 목적을 갖고 있는 개별 부처에서 우선순위로 시행되기는 쉽지 않다”며 “(인구부 같은) 전담 부처가 아니더라도 특정 부처가 (저출산 정책에 대해) 예산 배정이나 정책조정권을 가지면 상호 보완적으로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저출산 정책의 한계에 대해 “저출산이 다양한 부처를 통해 여러 정책이 독립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개별 부처들이 개별 정책을 갖고 움직이다 보니 상호 간 우선순위에 대한 비교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저출생 문제 컨트롤타워를 맡을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 부처에는 저출생 예산 심의권까지 부여하기로 했다. 저출산 극복에 방점을 찍는 방향으로 정부 조직(거버넌스)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저출산 논의, 개별 부처서 우선하기 어렵다”

전 감사는 저출산 전담 부처가 아니라 일부 부처들이 하는 저출산 정책은 온전히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정책은 한 가지 목적만으로 시행하지 않고 여러 목적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며 “다른 목적과 겸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출산에만 맞춰 특정 효과를 나타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면 고용노동부의 저출산 정책은 ‘저출산’에 대한 대응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고용의 질을 개선하고 고용량을 늘리는 정책 목적이 있다”며 “부처에서 저출산 정책 시행 과정에서 (부처의 고유 업무와) 저출산 대응이 충돌했을 때 각 부처의 주된 목적에 따라 저출산 정책은 우선순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감사는 “예산 배분도 조금 더 저출산의 원인 분석과 일치하는 노력을 일관성 있게 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저출산위가 대통령이 위원장인 만큼 힘이 실리고 있지만, 논의한 아이디어가 개별 부처를 통해 정책이 실행되는 만큼 저출산이 우선순위로 적용되기는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 감사는 “저출산 정책은 (여러 가지 목적이 아닌) 저출산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저출산이 주목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실행을 위해 이를 구조적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했다.

“해외 저출산 성공대책 도입해도 성공 보장 없다”

이상협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과 교수도 저출산 정책의 거버넌스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출산 문제가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장기적인 시각으로 명확한 의도를 가진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현금성 지원을 늘리는 정책으로는 출산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명확하다고도 지적했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저출생 대책에도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250만원으로 인상하는 등의 현금 지원책이 포함됐지만, 학계에선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셈이다. 이 교수는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실질적으로 돈을 많이 썼는데 출산율이 늘어났다는 증거가 없는 유일한 나라라는 말이 있다”며 “저출산 대책으로 380조원을 썼는데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나라마다 상황에 맞는 대책이 있다”며 단순히 다른 나라의 정책을 무작정 인용하는 식의 저출산 대책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실제 프랑스 출산율을 높였던 비혼 출산 대책을 남미에서 도입했지만 그 이후에도 실제 출산율에 큰 차이가 없었다”며 “한국에서 먹힌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저출산 대책이라 하지 말고 ‘웰빙’을 높이는 가족친화적 정책을 만드는 것이 (저출산 해결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 꼭 전반적인 효과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민자의 출산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그 숫자가 적기 때문에 전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고, 지역 출산장려금으로 일부 지역의 출산율이 오르더라도 전체 출산율 제고에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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