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플랫폼법 추진에 IT업계 '충격'…주무장관 '원론적 답변'

공정위, 플랫폼 경쟁촉진법 도입 논의
내용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野 박주민'안 거론
IT업계 "플랫폼에 사약"…공정위 "文 온플법과 달라"
자율규제 밀었던 과기정통부, 애매모호한 태도에 업계 실망
  • 등록 2023-12-18 오후 4:39:46

    수정 2023-12-20 오후 2:34:16

(그래픽=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자율규제를 천명했던 윤석열정부가 플랫폼 사전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추진을 공식화했다. 구체적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IT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 플랫폼의 독점력 남용행위를 규율하는 내용의 플랫폼 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을 도입하기로 하고 기획재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국무회의에도 법안이 보고될 것으로 전해졌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주요 내용이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과 유사한 수준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법안 내용 깜깜이…IT업계 “왜 비공개 하나”

박 의원의 발의한 플랫폼 법안은 국내 주요 플랫폼 대부분을 규제 대상으로 한다. 구체적 규제 대상은 △시가총액 혹은 공정시장가치 30조 원 △연평균 매출액 3조 원 △월평균 이용자 수 1000만 명 혹은 이용사업자 5만 개에 모두 해당한 경우다. 이들 중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되는 경우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돼 강력한 사전규제를 받는다.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자사우대 △끼워 팔기 △멀티호밍이 제한되고 △데이터 이동·접근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도 금지된다. 멀티호밍은 이용자가 한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거나 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사용하는 현상을 뜻한다.

또, 매년 시장지배적 서비스에 대해 △사업개요 △불만처리 현황 △정보공시 현황 등을 담은 보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금지규정을 위반한 것이 명백하고 공정위가 이용자에게 손해 확산이 우려돼 긴급하게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 서비스에 대해 임시중지 명령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또, 해당 법을 위반해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엔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는데, 고의·과실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경우만 배상 책임을 면제한다.



공정위가 지난 정부에서 연기했던 플랫폼법 도입을 재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IT 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IT 업계 5개 단체(벤처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한국디지털광고협회·한국온라인쇼핑협회·한국인터넷기업협회)로 구성된 디지털경제연합은 이날 긴급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디지털경제를 초토화할 법 제정에 반대한다”며 “현 정부의 자율규제 국정과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자율규제 천명한 尹정부가 초강력법안 추진”

디지털경제연합은 “AI 시대에 디지털 경제의 심장을 쥐고 흔드는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 도입은 대한민국 미래 경제에 대한 역행일 뿐”이라며 “정부가 국내외 여느 플랫폼 규제안들보다 강력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기존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에 더해 플랫폼법까지 이중 규제로인한 과잉제재와 시장위축, 행정낭비 등 부작용은 조만간 기업과 국민이 떠안아야 할 커다란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사전규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온라인플랫폼 공정법(온플법)’에 부정적이었던 윤석열정부가 강력한 사전규제 법안을 추진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IT업계 관계자는 “더욱 우려되는 것은 법안 논의 과정에서 기업들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왜 이토록 깜깜이로 법안을 추진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플랫폼 경쟁촉진법은 대규모 플랫폼의 독점력 남용행위를 규율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문재인정부 시절 추진된 플랫폼 갑을관계를 내용으로 하는 ‘온플법’과는 다르다”며 과잉규제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이 공정위의 플랫폼 경쟁촉진법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상황에서 ICT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종호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기업들의 실망감을 키우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플랫폼 자율규제를 추진하면서 한 때 자율규제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전기통신사업법에 담으려 했는데, 온플법이 만들어지면 플랫폼 정책 철학은 물론 규제 권한까지 공정위에 넘기는 셈이 된다.

이종호 장관은 18일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정부의 국정기조는 혁신과 공정한 플랫폼 생태계 조성”이라며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가 있다면 그런 부분은 분명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구체적으로 (법안이) 결정은 되지 않았다”면서 “국정기조, (IT) 생태계, 플랫폼 기업들의 발전, 외국 기업들과의 관계 등 여러 관점에서 검토하고 고려할 점이 많이 있지 않느냐 하는 입장이고, 그 입장을 (관련)회의 때 말씀드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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