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실패용인' 고동진號 삼성 무선사업부, 인사이트 발굴단 추진

무선사업부, 1년에 2개팀 업무 관계없이 해외 파견
5년차 위주로 美실리콘밸리에 단기 현장전문가 확대
"우리가 최고라는 생각 접고 경쟁사 장점 인정해야"
  • 등록 2016-04-12 오후 4:13:17

    수정 2016-04-12 오후 4:13:17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갤럭시S7 미디어 데이 행사 당일 갤럭시S7과 엣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삼성전자(005930)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이 일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실패를 용인하는 ‘인사이트 발굴단’을 처음 추진한다. 무선사업부가 그동안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에 지나치게 고무돼 있었다고 판단, 직원들의 시야를 넓혀 다양한 사고의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이는 지난 1992년대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임원들의 안목을 키워주기 위해 특별휴가를 주어 유럽 문화를 체험하고 올 것을 지시했던 방식과도 유사하다.

12일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앞으로 직원들의 시야를 넓혀주고 자극을 주기 위해 인사이트 발굴단을 선발, 업무와 관계없는 해외 출장 기회를 제공한다. 5명이 1개조를 형성해 인사이트 발굴 계획서를 제출하면 관련 부서가 심사해 1년에 2개팀을 선발하게 된다. 처음으로 추진하는 전략인 만큼 규모는 기존 업무에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제한했다.

인사이트 발굴단의 특징은 해외에 나가서 여러가지 인사이트를 발굴해 오는 것도 좋지만, 발굴한 것이 없다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무’라는 부담을 줄이고 임직원들이 좀더 자유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해외 선진기술 학습 기회를 넓히기 위해 IT산업의 본고장 실리콘밸리에 단기 현장 전문가도 확대 파견한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현장 전문가는 해외 법인이나 사무소에서 근무해왔는데, 단기 현장 전문가를 확대 파견해 선진기술을 습득하고 학습의 기회도 갖는 전문가가 그만큼 많아질 것이란 판단이다. 현장 전문가는 특히 한창 업무가 익숙해지고 피로도가 높아진 5년차급 직원들을 중심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이같은 조치는 그동안 반도체를 제외하고 삼성전자의 핵심 먹거리였던 무선사업부의 깊은 고민을 말해주고 있다. 고 사장은 최근 스마트폰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퇴보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구성원들의 시야를 넓히고, 좀더 자유로운 분위기로 조직문화를 개편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고 사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 이후 경기도 수원사업장에서 가진 사업부 임직원들과의 대화에서도 이를 강조했다. 당시 그는 “무조건 삼성전자가 최고라는 생각을 버리고 애플 같은 경쟁사의 장점을 인정하고, 주위를 돌아볼 줄 아는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희 회장도 지난 1992년 비슷한 맥락의 지시를 임원들에게 내린 적이 있다. 당시 갑작스럽게 특별휴가를 받은 임원들은 ‘소국의 생존력’을 경험하기 위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덴마크 등을 돌아봤다. 이후 삼성전자 임원들은 해외 출장시 필요한 일정보다 2~3일간 더 머무르며 체험 기회를 갖도록 했고, 이를 일반 직원들로도 확대했다. 앞서 지난 1990년 이 회장은 ‘지역 전문가 제도’ 도입을 지시한 바 있으며, 이 제도를 통해 파견된 인력만 20년간 80여개국 4400명에 이른다.

이밖에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실패용인 문화’ 정착을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실패 사례를 적극 공유하고 토론하기로 했다. 그동안 실패용인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해왔지만 잘 되지 않아 이번 기회에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 삼성전자의 집단지성 시스템 모자이크(MOSAIC)와는 별도로, 임직원들이 온라인에 실패사례를 공유하면 이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토론하고 연말에 큰 주제를 추려내 다시 한번 토론의 장을 연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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