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증세 심해진 호주 60대…뇌에서 8cm 회충 나와

회충 최종숙주는 비단뱀, 최초 인간 감염사례
비단뱀 서식지 인근 거주하며 풀 채취해 섭취
연구진 “인수공통감염병 위험 보여주는 사례”
  • 등록 2023-08-29 오후 3:57:19

    수정 2023-08-29 오후 3:57:19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복통과 설사 증상이 있던 60대 호주 여성의 뇌 속에서 살아 있는 8cm 길이의 회충이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A씨의 우측 전두엽에서 제거한 살아있는 오피다스카리스 로베르시 회충. (사진=CDC)
29일 호주 나인뉴스 등에 따르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 거주하는 A(64)씨는 3주간의 복통과 설사, 기침, 발열 등 증상이 있어 2021년 1월 병원에 입원했다.

A씨는 각종 검사를 받고 약물을 투약해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자 상급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다. 이듬해 3개월 동안은 건망증과 우울증 증세가 심해졌고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사를 진행한 결과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영국에서 태어난 A씨는 당뇨병, 갑상선 기능 저하증, 우울증 병력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22년 6월 수술을 받았고 집도의였던 신경외과의 하리 프리야 반디씨는 뇌에서 지름 1mm, 길이 8cm의 살아 있는 기생충을 꺼냈다. 또 회충이 다른 기관에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충제와 약물을 투여했다

지난 11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누리집에 올라온 당시 연구진 등의 보고 내용에 따르면 이 기생충은 ‘오피다스카리스 로베르시’라는 회충과 염기 서열이 99.7% 이상 일치했다. 회충의 최종 숙주는 비단뱀으로 과거 인간이 감염된 보고 사례는 없었다.

연구진은 A씨의 생활 환경을 언급하며 그가 간접적으로 회충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뱀과 직접 접촉한 적은 없지만 비단뱀이 서식하는 호수 인근에 거주하며 풀을 자주 채집해 요리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연구진은 A씨 사례를 두고 “인간과 동물이 밀접하게 상호작용함에 따라 인수공통감염병 위험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오피다카리스 로베르시 회충은 호주 고유의 종이지만 오피다카리스 종은 다른 지역에서도 뱀을 감염시킨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인체 감염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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