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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연극연출가 오태석의 ‘미투’ 의혹 여파가 해외 공연계까지 번졌다.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대만 국립전통예술극센터에서 공연 예정이었던 극단 목화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극단 대표인 오태석 연출의 ‘미투’ 의혹으로 전격 취소됐다.
대만 국립전통예술극센터는 3일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2018 대만전통극페스티벌’ 프로그램으로 초청한 극단 목화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취소하고 환불 조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공연 취소 이유는 오태석 연출의 ‘미투’ 의혹 때문이다. 대만 국립전통예술극센터는 “대만 내 매체들이 최근 지속적으로 오태석 연출이 한국에서 성추문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보도하고 있고 이 사건으로 대만 내 젠더 담론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다”며 “본 센터는 극단 목화 측과의 소통을 통해 올해 대만 공연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5월 대만에서 열리는 ‘타이완 전통극 페스티벌’은 세계 각지의 뛰어난 전통예술작품을 초청해 소개하고, 대만과 다른 지역의 전통예술을 교류하는 행사이다. 극단 목화는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대만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할 예정이었다. 오태석 연출도 초청을 받았지만 ‘미투’ 파문 이후 불참하고 극단만 방문해 공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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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 취소 결정은 현지 공연 프로듀서 란 베이즈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서로 촉발됐다. 란 베이즈는 성명서를 통해 “오태석은 최근 한국에서 성폭력 혐의로 커다란 논란을 일으켰지만 극단 목화는 대외적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오태석 연출은 종적을 감추고 있는 상태”라며 “한국 공연예술계 관계자들이 이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사법 개입 수사를 의뢰하고 있는 가운데 극단 목화가 대만과 세계 각지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오태석 연출은 지난 2월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 당시 연출가 이윤택, 배우 조민기·조재현 등과 함께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입장 표명 없이 종적을 감춘 상태다. 극단 목화도 오태석 연출에 대한 입장 발표 없이 해외 공연을 강행해왔다.
지난 4월 말에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을 통해 루마니아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진행해 논란이 이어졌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오태석 연출이 동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공연 지원을 결정했다. 이번 대만 공연은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과 상관없이 극단 목화 측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