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외식가격 더 오른다…국제유가·쌀값도 변수

농산물·석유류 물가 내렸지만 상방 요인 많아
OPEC+ 감산 결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쌀 시장격리에 가격 오름세, 우유가격도 곧 인상
  • 등록 2022-11-02 오후 3:53:29

    수정 2022-11-02 오후 9:04:59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지난달 농축수산물과 공업제품 물가는 전년동월대비 상승폭이 둔화했지만 전기·가스·수도 등이 상승하며 전체 소비자물가는 오히려 더 올랐다. 고물가가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연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쌀·우유가격 상승 등 대내외 여건에 따라 물가 변동 요인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있다.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농축수산물과 공업제품의 기여도는 0.46%포인트, 2.20%포인트로 전월대비 각각 0.11%포인트, 0.12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전기·가스·수도 기여도는 같은 기간 0.48%포인트에서 0.77%포인트로 확대됐다. 지난달 물가 상승폭 확대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의미다.

주요 품목별로 보면 도시가스(36.2%), 지역난방비(34.0%), 전기료(18.6%)가 크게 올랐다. 농축수산물 중에선 무(118.1%), 배추(72.3%) 등 채소류 상승세가 이어졌고 공업제품에서는 등유(64.8%), 경유(23.1%) 등이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폭 자체는 7월(6.3%)이 정점으로 지목되지만 당분간 상승세가 계속됨은 물론 상승 압력이 커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통계청은 가공식품 출고가 인상과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 등을 물가 상방 요인으로 지목했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는 전년동월대비 6.4% 올라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고 연말 외식이나 쇼핑 등 수요가 몰리는 계절적 특성도 있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우유의 원유가격이 인상을 앞둬 유제품 등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은 하방 요인으로 지목했지만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

우선 국제유가가 다시 꿈틀하는 조짐이다.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배럴당 82.82달러로 내렸다가 이달 1일 88.37달러까지 올랐다. 특히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간 전쟁 가능성 등 중동 지정학적 불안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석유수출기구(OPEC)과 비OPEC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는 11월부터 산유량 감축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OPEC+의 감산 결정에 따라 국제유가가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곡물 중에서는 쌀의 경우 지난달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15.0% 내렸지만 앞으로는 상승 요인이 크다. 최근 쌀값 하락세에 대응해 정부가 작년과 올해 생산되는 쌀의 대규모 시장 격리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11월호 쌀 관측’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산 수확기 쌀 가격은 20kg당 4만7500원으로 2021년산대비 11.6%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수확기 쌀 82만t 매입에 나서면서 시장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반영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를 보면 11월 쌀 소매가격은 20kg당 5만3205원으로 전달(4만9806원)대비 크게 오르며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국제유가와 곡물 등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점도 걱정이다. 어 심의관은 “러시아의 식량 무기화 등으로 곡물 가격이 다시 반등하는 상황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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