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몫까지 잘 살아줘”…부천 화재로 떠난 여성의 마지막 통화

여성 김씨, 부천 호텔 화재로 사망
전날 저녁 어머니와 마지막 통화
  • 등록 2024-08-23 오후 6:56:16

    수정 2024-08-23 오후 6:56:16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5분 뒤면 진짜 숨 못 쉴 거 같아”

부천 호텔 화재로 사망한 20대 여성이 생전 어머니와 나눈 마지막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22일 오후 7시34분께 부천 중동 A호텔에서 불이 나 소방대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 독자 제공)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기 부천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전날 저녁 경기도 부천 호텔 화재사고로 숨진 김모(여·28)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전날 부천 호텔을 찾았던 김씨는 객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함께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김씨의 어머니는 휴대전화로 딸의 생전 마지막 목소리를 듣다가 억장이 무너지는 듯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

김씨가 어머니에게 전화한 건 전날 오후 7시 40분, 바로 앞쪽 객실 810호에서 불이 나고 불과 6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김씨 어머니는 “불이 났다며 객실 안 화장실로 피했다고 전화가 왔다”며 “이후 7시 57분에 또 전화가 왔는데 이게 마지막 전화라니 믿을 수가 없다”고 흐느꼈다.

23일 오전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경찰 및 소방 관계자 등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씨는 엄마와의 통화에서 “연기만 가득 차 있고 (천장에서) 물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결국 피할 곳을 찾지 못한 채 객실 화장실에서 발견됐다.

사고가 나기 전날이 아빠 생일이라 김씨는 카톡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아버지는 “딸 제사상을 차려야 하는 현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 뒤 울음을 삼켰다.

빈소에 도착한 다른 유족들도 김씨의 황망한 죽음을 믿을 수 없는지 서로 끌어안으며 눈물을 쏟아냈다.

김씨의 어머니는 경찰과 소방 당국의 화재 대응이 빨랐다면 딸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원망했다.

그는 “딸이 정확히 불이 난 층을 말해줬는데 현장에는 사다리차도 없었다”며 “소방이 빨리 도착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화재 진압을 몇층부터 하느냐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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