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민연금공단 장애연금 손배 피해자에 유리하게 계산”

교통사고 장애연금 지급 후 가해자에 손배 청구
기존에 ‘과실상계 후 공제’…연금액 전액 회수 계산방식
건강보험 이어 국민연금도 ‘공제 후 과실상계’로 판례 변경
“연금액 회수 줄더라도 피해자가 돈 더 받아”
  • 등록 2024-06-20 오후 4:51:08

    수정 2024-06-20 오후 4:51:08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피해자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가해자에게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기존에 썼던 계산방식보다 피해자가 추가적인 손해전보를 받을 수 있는 계산방식을 쓰라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공단이 지급한 연금액 전액을 회수할 수는 기존 계산방식(과실상계 후 공제)보다, 피해자가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계산방식(공제 후 과실상계)을 쓰라는 판단이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대법원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민연금공단의 손해배상청구권의 대위 범위가 문제된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연금급여를 한 다음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 경우 공단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 채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종전 대법원 판례는 ‘과실상계 후 공제’였다.

전체 손해 100만원, 가해자와 피해자 책임비율 각각 70%와 30%, 공단 장애연금 지급 4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피해자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손해 100만원에서 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40만원을 먼저 공제하면 60만원이 남는다. 여기서 피해자의 책임비율 30%를 고려하면 가해자로부터 추가로 42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총 82만원을 지급받는다.

공단의 경우 가해자가 배상해야 할 70만원에서 피해자가 청구할 수 있는 42만원을 공제한 28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종전 대법원 판례였던 ‘과실상계 후 공제’의 경우 전체 손해 100만원에서 피해자의 책임비율 30%를 고려하면 70만원이 되고 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40만원을 공제하면 30만원이 남는다. 결국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추가로 30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70만원을 지급받는다.

공단의 경우 가해자가 배상해야 할 70만원에서 피해자가 청구할 수 있는 30만원을 공제한 4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과실상계 후 공제’의 경우 공단이 장애연금 전액(40만원)을 회수할 수 있지만, ‘공제 후 과실상계’은 전액 회수할 수 없다. 반면 피해자의 경우 ‘공제 후 과실상계설’이 더 82만원으로 더 많은 돈을 받는다.

사진=게티이미지
이번 사건도 국민연금공단이 교통사고 피해자인 원고에게 장애연금 약 2650만원을 지급한 후, 원고의 가해자 측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가운데 장애연금 전액을 대위 행사하면서, 원고가 가해자의 공제사업자인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승계참가한 사안이다.

원심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에 따라 원고승계참가인(공단)이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는 범위는 장애연금 전액이 아니라 그중 가해자의 책임비율 60%에 해당하는 금액인 약 1590만원(약 2650만원×60%)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원고승계참가인은 종전 법리인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의 대위 범위는 장애연금 전액인 약 2650만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고했다.

대법원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에 따라 그 대위 범위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한 연금급여액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손해가 제3자의 불법행위와 수급권자의 과실이 경합해 발생한 경우 적어도 ‘연금급여액 중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은 국민연금공단이 피해자를 위해 부담할 비용이자 피해자가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이익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국민연금공단의 대위 범위는 연금급여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 부분으로 제한하는 것이 이해관계를 공평하게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법원은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국민건강보험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계산방식에 관한 판례를 변경했는데, 위 각 보험과 국민연금은 모두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지는 사회보험제도이므로, 법질서 내에서의 통일된 해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법원은 건강보험, 산재보험 사안에서 ‘공제 후 과실상계’를 채택했다.

대법원은 “국민연금 사안에서도 종전 ‘과실상계 후 공제’를 취하던 견해를 변경해 ‘공제 후 과실상계’를 채택함으로써 공단의 대위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피해자가 추가적인 손해전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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