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독재 정권의 일원이며, 5·18 민주화운동 탄압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국가장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연일 쏟아지는 한편, “과만 부풀려도, 공에 인색해서도 안 된다”며 국민의 갈등과 분열 대신 화합과 통합에 도움되는 선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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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26일 향년 89세로 별세한 고(故)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겠다고 결정하자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유감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12개 시민단체는 29일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수많은 민주인사를 탄압한 노태우씨를 국가장으로 예우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민주당 지도부는 노씨의 국가장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8일 ‘노태우의 국가장에 반대한다’는 논평을 통해 “노씨는 12·12쿠데타의 주범이자 5월 항쟁을 피로 진압한 학살자”라며 “가족이 추후에 사과했지만 국가에 반역하고 시민을 학살한 사실이 덮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이번 결정은 5·18 광주민주항쟁을 헌법 전문에 반영해 역사적 과오와 시민저항을 되새겨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정부 입장과도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도 성명을 통해 “헌법을 파괴한 사람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노태우 국가장 반대합니다, ’내란수괴 노태우의 국가장 취소를 청원합니다‘ 등 정부의 ‘노태우 국가장’ 결정을 철회하라는 청원이 다수 올라와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은 정부의 결정으로 오는 30일까지 치러질 예정이지만, 잇단 비판이 나오는 것은 그가 군부독재 정권의 일원으로 민주화 운동 탄압에 앞장선 전력이 있어서다. 노 전 대통령은 군인 출신으로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와 함께 군내 친목모임 ‘하나회’에서 함께 활동하며, 전씨가 주도한 12·12 군사쿠데타에 가담해 신군부 정권 창출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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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모두 공과(功過)가 있기에 전직 대통령인 고인에 대한 예우로 국가장을 국민 통합의 장으로 만들자는 의견도 나온다.
시민단체 활빈단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과만 부풀려도, 공에 인색해서도 안 된다”며 “산업화 마지막 세대이자 민주화 시대를 연 주역에 대해 과는 과대로 공은 공대로, 냉정한 평가를 하되 국민 갈등·분열로 나라를 들끓게 하는 논쟁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이 유언을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가족분들에게 용서를 구했으며, 이 사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이제 국민의 몫”이라며 “더이상 소모적 논란으로 인한 국론분열 대신 용서와 화해로 국민 통합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정부 결정을 받아들여 보다 성숙한 한국사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노 전 대통령이 국가 경제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며, 애도의 뜻 표시에 집중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고인의 재임 기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상반된 평가도 있지만, 고인은 가장 성공적인 올림픽 중 하나로 평가되는 ‘서울올림픽’ 개최,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과 옛 소련·중국과의 공식 수교 등 우리나라의 외교적 지위 향상과 국가 경제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고인은 우리나라의 외교적 지평을 넓히고 ‘88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가적 위상을 높였다”며 “인천국제공항,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통해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노 전 대통령은 6·29 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확립하며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되살렸고, 올림픽 개최로 국가의 위상을 드높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