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호(號) 공정위..경제 민주화냐 활성화냐

  • 등록 2014-12-08 오후 4:19:17

    수정 2014-12-08 오후 4:29:59

정재찬 신임 공정위원장은 8일 취임식에서 “비정상적인 거래관행을 고치고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해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드는 것이 지금 이 시점에 공정위에 맡겨진 소명”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윤종성 기자] 박근혜정부의 2기 공정거래위원회가 8일 출범했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노대래 위원장이 물러나고 지난 21년간 공정위에서 관료를 지낸 정재찬 신임 위원장을 맞게 된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인 경제민주화와 경제 활성화 중 어느 쪽에 방점을 찍을지 조직 안팎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정 위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경쟁 제한적 규제 등을 개선해 경제 활력 제고를 뒷받침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면서 경제 활성화를 강조했다.

노 전 위원장도 중간금융지주회사, 소비자권익 증진기금 등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과제를 등한시하면서 공정위의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과제가 경제 활성화에 밀린 게 아니냐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2기 공정위는 아예 경제민주화를 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크다.

정 위원장은 취임식이 끝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런 우려에 대해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하나를 하면 하나가 죽고 그런 것이 아니다”면서 “두 가지 다 철저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하도급·가맹·유통·대리점 분야 등에서 기술유용, 부당 단가인하 등 고질적인 불공정 관행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경제적 약자의 경쟁기반을 확대하고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위원장은 또 “지난해 도입된 신규 순환출자금지 제도와 총수일가 사익 편취규율 제도의 충실한 집행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청문회 자리에서는 김기준 의원의 재벌 총수의 연봉 공개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해 재계를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다. 최근 들어 총수 일가가 등기 이사로 등재되지 않으면서 총수 일가의 연봉이 공개되지 않아 기업들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컸다. 그의 발언으로 재벌 총수 연봉 공개가 다시 추진될지 주목된다.

정보통신기술(ICT)발달에 따른 인터넷 기업의 시장질서 확립도 그의 과제다.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는 네이버(035420)가 모바일 시장에서는 다음카카오(035720)가 과도한 점유율을 점하고 있지만 별도의 시장을 획정하는 게 쉽지 않다. 국경 없는 인터넷 시장은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 등이 함께 경쟁하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 위원장은 “모바일·플랫폼 등 새로 부각되는 분야에서 시장 선점자들의 독점력, 지식재산권 남용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원칙에 따라 법을 집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카카오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직 특정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방향만 말씀드린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최근 들어 늘고 있는 ‘해외 직구족’의 피해를 막는 데도 힘을 쏟을 전망이다. 정 위원장은 “최근 해외 구매가 크게 증가하면서 소비자 피해도 함께 늘고 있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온라인상의 기만행위에 대한 감시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법 적용이 어려운 해외쇼핑몰 사업자와 관련해서는 소비자에 대한 정보제공을 강화해 피해를 최대한 방지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해외구매 피해보상에 관한 국제표준 제정 논의에 한국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 위원장의 인사청문회는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공정위맨’으로 하도급국장, 경쟁국장 등 요직을 거치면서 재산은닉이나 위장전입ㆍ논문 표절 등의 흠이 거의 없던 그다. 오히려 야당의원들까지 “금의환향을 축하한다”는 덕담을 건넬 정도로 내부 승진 출신의 공정위원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정치 인맥이 없다는 건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정치적 외풍에도 당당하게 맞서며 전문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경제 민주화와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임무가 그의 두 어깨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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