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어산지, 14년만에 ‘자유’…美와 형량합의

26일 사이판서 재판…유죄 인정하기로
英서 복역기한 채웠다 합의, 사실상 석방
로이터 “14년 간의 오디세이 막 내려”
  • 등록 2024-06-25 오후 3:28:34

    수정 2024-06-25 오후 3:28:34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내부고발 웹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미국과 형량합의 끝에 석방된다고 24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사진=AFP)
미국 법무부가 미국령 북마리아나 제도 연방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어산지는 26일 오전 사이판 법원에 출석해 미국의 스파이방지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는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 플리바게닝을 통해 어산지와 미 검찰이 합의한 것이다.

이 재판에서 어산지는 62개월의 형을 선고받을 예정이다. 미국 검찰은 어산지가 영국 교도소에서 이미 복역 기한을 채운 것으로 인정해 재판이 끝나면 어산지는 ‘자유의 몸’으로 본국인 호주로 돌아갈 수 있다. 어산지가 미국 본토 방문을 반대하고 사이판이 어산지의 모국인 호주와도 상대적으로 가까워 재판 장소가 사이판으로 결정됐다.

위키리크스는 성명을 통해 어산지가 24일 영국 벨마쉬 교도소를 떠나 영국 고등법원의 보석 허가를 받고 이날 오후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14년 간의 합법적인 오디세이가 막을 내린다”고 표현했다.

어산지의 아내인 스텔라 어산지는 소셜 미디어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어산지가 자유로워졌다!”면서 기쁨을 표했다.

어산지는 2006년 위키리크스를 설립해 기밀 문서와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2010년 미국 육군 정보분석병인 첼시 매닝이 빼돌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 관련 기밀 군사 문서와 외교 문서를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이는 미군 아파치 헬기가 로이터통신 기자 2명을 비롯한 11명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살해한 사건 등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인 비위를 포함해 파장이 일었다. 이는 미국 군사 역사상 가장 큰 보안 유출 사건 중 하나로, 어산지는 18개 혐의로 기소당했다.

이후 어산지는 2010년 스웨덴에서 성범죄 혐의로 수배됐으며, 2012년 범죄인으로 미국 압송을 피하고자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그곳에서 7년을 머물렀지만 에콰도르 정부가 2019년 어산지의 망명을 철회하면서 어산지는 영국 경찰에 체포돼 5년여간 벨마쉬 교도소에 구금됐다.

언론의 자유 옹호론자들은 이와 관련해 언론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컬럼비아대의 자유 언론 단체인 ‘수정헌법 1조 기사 연구소’의 자밀 재퍼 이사는 “석방 협상은 언론 자유를 위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는 것이나, 언론인들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활동으로 인해 형사 기소를 당했다는 것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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