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샜어"…'착착착' 첫 수검표 현장 가보니, 비례는 '막노동'[르포]

29년 만에 지역구 개표도 '수검표' 도입
엄숙한 분위기…직접 한 장씩 넘기며 확인
'최장' 비례용지, 38번까지 손으로 한 땀 한 땀
  • 등록 2024-04-11 오후 2:28:19

    수정 2024-04-11 오후 2:42:05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이번에 선거 사무원들이 하나씩 직접 다 본대. 밤새야혀”(60대 개표참관인 이모씨)

‘착착착’, ‘촤르르르륵’. 29년 만에 부활한 수검표 절차와 함께 22대 총선 개표소는 종이 넘기는 소리와 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가득 찼다. 개표 사무원들은 경찰의 철통보안 속 다소 엄숙한 분위기로 개표 작업이 시작되자 분주한 손길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지역구 투표용지를 마지막으로 검수하는 탁자에선 사무원이 직접 투표지를 한 장씩 넘겨보고 마지막 계수표를 돌리며 꼼꼼히 확인했다.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체육관에서 관악갑·을 지역구의 개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개표 사무원들은 1차적으로 지역구 투표용지와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손으로 분류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22대 총선 개표가 진행된 10~11일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관악구 서울대 체육관에서 지자체 공무원과 일반 시민 등으로 구성된 개표사무원들은 각자 지정된 자리에 앉아 일제히 개표에 집중했다. 투표소에 있던 하얀 투표함을 개봉하자 연두색과 흰색으로 뒤섞인 투표용지가 탁자 위에 우르르 쏟아졌다. 아직 누구의 손때도 묻지 않은 투표용지를 가장 먼저 마주하는 개함부는 분주하게 지역구와 비례대표 용지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이번 선거는 비례대표뿐 아니라 지역구 개표에도 수검표 절차가 새롭게 도입되며 소요 시간이 더 늘어났다. 수검표는 투표지 분류기가 분류한 용지를 개표 사무원들이 직접 한 장씩 손과 눈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다. 긴 투표용지 탓에 지난 총선에서도 수검표를 실시한 비례대표 개표는 이번 총선에서도 손으로 일일이 분류하는 작업으로 이뤄졌다.

비례대표 용지와 분류된 지역구 투표지는 다른 탁자로 옮겨져 투표지 분류기에서 기호별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이를 넘겨받은 심사집계부는 투표용지를 하나씩 넘겨보며 기표 도장이 해당 번호에 제대로 찍혀있는지, 무효표는 없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이후 계수기에 투표지를 넣어 마지막으로 정확한 숫자를 센 뒤 지역구 개표 과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체육관에서 관악갑·을 유권자의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기호별로 분류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새벽까지 이어진 기나긴 개표 작업에 사무원들은 잠시 짬이 나자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펴거나 휴대전화를 보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51.7㎝에 달하는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개표하는 작업조는 쉴 틈도 많지 않았다. 38개 정당이 등록하면서 이를 모두 손으로 나눠야 하는 탓에 수검표를 새롭게 도입한 지역구 개표 작업보다도 훨씬 더뎠다.

개표 참관인 A씨는 “비례는 아예 기계에 안 들어가니까 어쩔 수 없지”라며 “방법이 없잖아”라고 설명했다. 개표소를 총괄하는 직원은 개표 중간 “이중 기표가 된 건 엄격하게 무효로 보면 된다”며 마이크로 안내 방송을 하는 등 무효표 기준을 확실히 공지하기도 했다.

이날 개표 관리에는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된 일반인 개표 참관인을 비롯해 7만60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지역구 당선자는 이날 오전 2시쯤 당선자 윤곽이 드러났지만 비례대표는 개표 작업이 장시간 진행되며 이날 이른 오전쯤 당선자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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