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신당' 청사진 놓고 갑론을박

  • 등록 2013-06-19 오후 8:44:07

    수정 2013-06-19 오후 8:44:07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통해 신당에 대한 청사진을 밝혔다.

‘내일’의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1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립기념심포지엄에서 현재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대안정당’의 이념을 ‘진보적 자유주의’로 규정하고 “새 정당이 추구하는 정치참여의 확대 방향은 그동안 과소대표됐던 사회집단에게 무게 중심을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각 정당이 차별성을 만들어내면서 경쟁하려면 분명한 이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유주의는 강력한 국가와 강력한 대기업을 대면한 약한 시민사회라는 환경에서 개인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신의 싱크탱크 격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제공)
최 교수는 최근 거대 양당정치체제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원인을 “공허한 진영논리 때문”라고 분석하고 “정당이 말그대로 부분 이익들을 대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전문가·지식인의 정책 생산 역할이 두드러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로운 정당은 중산층과 중하층의 사회적 약자를 비롯, 직업·직능 면에서는 중소기업인, 관리직, 전문직, 숙련노동자, 비숙련노동자까지 전통적인 의미의 노동자 범주보다 훨씬 더 넓고 훨씬 더 세분화된 사회집단을 광범하게 대변하고자 한다”고 ‘안철수신당’의 지지기반을 소개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민의를 모으는 방법으로서 민주당이 실험적으로 도입한 완전개방형 국민경선제나 모바일 투표의 전면적 활용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그는 “정당이 즉흥적인 여론과 언론매체의 영향력에 종속되면서 정당은 정책전문가들이 만드는 보고서와 시민운동 활동가들이 만드는 진보적 담론의 수동적 소비자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됐다”며 “오늘날의 민주당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최 교수는 “정당이 조직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정당조직을 관장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형성하는 일, 소명 의식을 갖는 유능한 정치인 집단을 양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혀 안 의원과 그 측근들을 중심으로 한 정당의 형태를 띨 것을 암시했다.

최 교수의 발제 이후에는 토론자들이 ‘안철수 신당’의 지향점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갔다.

김욱 배제대학교 교수는 “유권자의 세대 교체가 이뤄지면서 기존 정당이 새로운 유권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자유주의에 대한 강조는 설득력이 있으며 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도 낙태·성적소수자 등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태욱 한림대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거대 양당정치체제에서의 심각한 문제는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표하는 정당이 등장하기 어려워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제 3정당의 출현은 정치권의 긴장을 만드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그러나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제 3의 정당이 한국 정치체계에서 가능하고 바람직하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며 ‘안철수 신당’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인물만 있으면 새로운 정당이 생겼기 때문에 정주용·이인재·박찬종 등 제 3의 정당은 한국사회에서 항상 있어왔지만, 오히려 이는 낮은 수준의 정당제도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손 교수의 비판에 최 교수는 “새로운 정당에 대해서는 실험적·가상적인 성격이 많다”며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양당에 큰 충격을 줘서 깨질 것은 깨지는 등 정치지형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구상했다”고 답했다.

한편, 안 의원측은 그동안 심포지엄을 통해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심포지엄에서 이런 논의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한 민생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안 의원의 평소소신과는 달리 전 발제자와 토론자는 교수로 구성돼 지나치게 현학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내일’의 소장인 장하성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런 지적에 대해 “이번 심포지엄은 첫번째 세미나인만큼 큰 틀에서 담론을 논하느라 그렇게 됐다”며 “앞으로는 매월 한 차례 이상의 심포지엄을 개최해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들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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