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고립·은둔…우리아이좀 도와주세요"

■인터뷰-강덕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상담사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 사업 7개월만에 200명 발굴
청소년 사례관리 통해 다시 밖으로 '희망' 회복
  • 등록 2024-10-15 오후 3:08:11

    수정 2024-10-15 오후 7:20:55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아이가 학교에 안 가요. 말을 하지 않아요. 우리 아이 좀 도와주세요.”

서울 도봉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고립·은둔’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였다. 집에 틀어박혀 대화를 단절한 아이를 밖으로 꺼내기 위한 부모의 목소리는 절절했다.

강덕규(31) 청소년상담사는 “고립·은둔 청소년 발굴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학부모의 도움 요청 전화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강덕규 도봉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상담사가 고립은둔 청소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지현 기자)
한국판 ‘히키코모리’로 불리는 ‘고립·은둔’ 청년은 국내 54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취업실패와 가족이나 주변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입고 은둔을 시작해 자살 등을 고민하기에 이르는데 이들을 지속 방치할 경우 연간 7조원에 이르는 사회적 비용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들이 다시 사회에서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일상회복을 돕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청년을 대상으로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한 상태다. 지난 3월부터 전국 12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고립·은둔 시범사업에서 발굴된 고립·은둔 청소년은 200여명이다. 도봉구에만 9월 기준 34명(사례관리 24명)이나 된다. 이들 모두 도움의 손길을 거부하고 있음에도 전국 상담사 35명은 아이들의 마음 문을 두드리며 밖으로 나가보자며 손내밀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쉽게 마음도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다. 강덕규 상담사는 “발굴된 아이가 34명이면 34명 모두가 다 비협조적”이라며 “대문을 열어주지 않는 아이도, 문은 열었지만 상담 내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아이도 있다”고 말했다.

대상 연령은 △초등학생 3명 △중학생 13명 △고등학생 13명 △25세 미만 성인 5명 등으로 갈수록 저연령화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아이들이 상처받은 이유는 어른의 눈으로 보면 사소하다. 친구 없이 혼자 하는 등교, 반겨주는 친구가 없는 교실 등에서 아이는 스스로 외톨이로 규정한다. 그리고 어느새 작은방으로 도피해 은둔을 택한다. 이를 사소한 일로 치부하면 이들을 치유할 수 없다.

강 상담사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애정과 관심”이라며 “부모에게 지지받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또래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친구들에게 쉽게 다가가거나 관계 노력과정에서의 성공경험이 별로 없다 보니 어느새 학교에 가지 않겠다, 혼자 있는 게 편하다고 생각하면서 고립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상담사들은 아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지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만남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어떤 날은 편지와 선물만 두고 오거나 혼자 이야기를 하고 오는 날도 허다하다고 했다. 이때 두고 오는 선물은 카카오에서 준비한 ‘라이언&춘식이 허그 인형’과 배달의민족의 ‘음식 포장 상품권’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마음의 위로를 받거나 단 한 번이라도 외출을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강 상담사는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정서적 지지를 해주면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게 생긴다”며 “마음을 단단하게 걸어잠근 아이들은 더 오래 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다섯 번쯤 갔을 때 아이에게 상담사는 한마디를 건넸다. “다음 주에 상담 올까?” 당시에 대답해주지 않던 아이는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다’라는 짧은 손 편지를 써줬다고 한다.

그는 “지칠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눈 맞춤을 해주면 힘이 난다”고 뿌듯해했다. 강 상담사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고립·은둔 청소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다.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물어보고 싶다면 우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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