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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이날 기억공간 내에 있는 물품을 직접 정리해 서울시의회 1층 전시관에 임시 보관하기로 했다. 임시 이전을 앞두고 기억공간을 찾은 유가족들은 묵념하며 애도하고, 사진과 기록물 등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등 추모 행렬을 이어갔다. 기억공간 내에 있는 희생자들의 사진과 작품들은 유족들이 직접 공들여 만들었기에 서울시 측의 강제 ‘철거’가 아니라 공사 협조를 위해 자진해서 이전하겠다는 취지다.
목조로 만든 기억공간 건물은 유족과 시공사가 함께 해체해 안산 가족협의회로 옮기기로 했다. 기억공간은 시민이 정성을 모아 만들어 준 곳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무단으로 부수고 폐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세월호 희생자 유예은양의 아버지인 유경근 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폭력적인 철거가 아니라 정성껏 해체해서 가족협의회에 가져가서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또 다른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기억공간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안산이나 진도가 아닌 광화문 광장에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유 집행위원장은 “(광화문 광장은) 세월호 참사의 추모공간이 아니라 특별법제정을 위한 단식농성장으로 시작했다”며 “동의하는 시민이 함께하면서 진상규명을 요구한 곳으로 세월호 참사 유가족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 올바른 민주주의를 고민하고 만든 ‘아고라’가 됐기에 시민의 뜻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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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기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서울시 측에 광화문 광장 공사가 끝난 후 기억공간이 재존치되어야 하고 어떻게 잘 운영할지에 대한 협의체 구성이 있어야 철거에 협조할 수 있다고 지난해 7월부터 일관되게 요청했다”면서 “하지만 서울시는 어떠한 고민과 대안도 없이 지난 5일 일방적으로 철거 통보를 했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기억공간의 건물 자체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기억공간은 세월호 참사만의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시민의 마음과 뜻이 모여 있는 곳”이라며 “지상에 어떤 시설물도 드러나지 않겠다는 새로운 광화문 광장의 취지에 들어맞으면서 시민의 민주주의와 생명·안전에 대한 열망을 담을 방안을 협의해 보자”고 서울시 측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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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이 세 차례에 걸쳐 기억공간을 찾았으나 오전 두 번의 면담 시도는 무산됐고 오후 면담에서도 별다른 구체적 성과가 없었다. 이번 중재안 전날 방문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서울시의회 의장 등이 유족과 면담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현찬 시의원은 전날 ‘서울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조례안에는 광화문광장 내 세월호 참사와 같이 민주화와 안전의식 제고, 역사적 사실 등을 기억할 수 있는 전시관과 동상, 부속 조형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