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실 우려 '불교 문화재' 다시 태어났다…불교박물관 '수보회향'전

문화유산 아닌 성보 47점 선보여
손상·변형·오염 부분 보존처리
4월 4~6월 30일 불교중앙박물관
  • 등록 2024-03-27 오후 2:41:11

    수정 2024-03-27 오후 2:41:11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조선시대인 1790년 제작된 ‘용주사 감로도’는 1984년 도난당했다가 34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부처님의 설법으로 죽은 사람의 영혼을 해탈시켜 서방정토로 인도하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도난 당시 절도범이 위아래를 잘라내고 그림만 가져가는 바람에 회장(回裝, 병풍이나 족자 따위의 가장자리를 다른 색깔로 가늘게 돌아가며 대어 꾸밈)이 절단당했다. 훔친 족자를 세로 방향으로 말아서 보관하는 바람에 부자연스럽게 꺾여 손상되기도 했다. 감로도는 습식 클리닝, 배접지 교체, 결손부 메움 처리 등을 거친 뒤 불화의 상하 축을 새로 제작해 붙였다.

용주사 감로도(사진=불교중앙박물관).
손상됐거나 멸실 우려가 있었던 불교 문화재 수십점이 보존 처리를 거쳐 공개된다. 오는 4월 4일부터 6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 제1·2전시실에서 개최하는 기획전시회 ‘수보회향(修補廻向), 다시 태어난 성보’에서다.

이번 전시에서는 역사·학술·종교적 가치는 크지만, 아직 지정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지 못한 성보 35건 47점을 선보인다. 손상이나 변형, 오염된 부분은 수보(허름한 데를 고치고 덜 갖춘 곳을 기움)해 전시해 놓았다.

전시는 ‘가치의 재발견’ ‘진면목으로의 회복’ ‘진단하고 예방하다’ 등 3개 주제로 구성됐다. 용연사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을 비롯해 천은사 팔상전 영산회상도, 파계사 치성광불도, 방장유산시첩, 대방광불화엄경 권제79-81 등을 선보인다. 보물인 송광사 응진당 석가모니후불과 표면 클리닝 작업을 마친 ‘목조지장보살좌상’도 전시물에 포함됐다.

전시물 대부분은 ‘문화유산 다량소장처 보존관리 지원’을 통해 보존 처리됐다. 불교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이 2014년부터 전국 사찰 성보박물관의 안정적인 운영과 문화유산 보존관리를 위해 실시한 사업이다.

불교중앙박물관장 서봉스님은 “사부대중이 되살아난 성보를 친견하며 생겨나는 환희심은 물론 수보의 과정을 떠올리며 문화유산을 온전히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도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용문사 목조지장보살좌상(사진=불교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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