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여름 휴가 차 일본으로 갈 때 반려견 ‘후추’를 맡겼던 펫시터(pet sitter·반려동물 돌봄사) 애플리케이션(앱)을 찾았는데, 이미 예약이 다 찼더라고요. 애견호텔은 맡기기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김모(33)씨는 추석 연휴를 맞아 고민이 생겼다. 연휴 기간 후추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추석마다 대가족이 모이는 상황이어서 반려견을 데려가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김씨는 “애견호텔은 사고가 잦아 맡기기 불안해 펫시터 앱 위주로 알아보고 있다”며 “그런데 추석 기간엔 집 근처에선 돌봄사를 찾기 어렵고 모두 서울을 벗어난 지방이어서 선뜻 선택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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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임시 공휴일, 개천절로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앞두고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장기간 집을 비워야 하는 경우 반려동물을 집에 홀로 두는 것도, 함께 이동하는 것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홀로 남겨두면 사료·배변 문제는 물론 극심한 스트레스나 외로움으로 질병이나 분리불안이 발생할 수 있고, 함께 이동하자니 변수가 워낙 많아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게 이들의 주된 고민이다.
실제 반려견 등을 키우는 사람들은 각종 묘수를 찾느라 골몰하고 있다. 인천 부평에 사는 최모(37)씨는 반려견 ‘로또’를 고향 집에 내려가지 않는 친동생에게 맡기기로 했다. 최씨는 “친정인 인천과 시댁인 대전을 모두 갔다 와야 하는 상황인데 강행군이라 로또를 데리고 가는 게 어려울 것 같아서 알아보고 있다”면서도 “애견 호텔 등에 맡기는 것도 고려해봤지만, 관리 문제가 계속해서 나오니까 보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이 취업 준비 중이라 이번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아서 용돈을 주고 맡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서모(31)씨는 반려견 ‘로희’를 애견호텔에 맡기기로 했다. 서씨는 “결혼 후 처음으로 집과 처갓집을 모두 찾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애견호텔에 맡기기로 했다”면서 “애견호텔 주인을 오랫동안 알아와서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장의 애견호텔 등 업주들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애견호텔 사업주은 “통상 반려견을 오랫동안 키웠던 분들은 명절 한 두달 전부터 문의를 해서 예약을 잡곤 한다”면서도 “아무래도 처음 반려견을 키웠던 분들이 일정에 임박해 연락을 하곤 하지만, 이미 만실인 경우가 많아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 끝에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최악의 선택을 하는 경우도 상당 수 많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 ‘2022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보호센터가 구조한 동물은 11만 3440마리로, 최근 5년간 매해 10만마리 이상의 동물이 거리를 헤매다 구조됐다. 2020년 농식품부가 공개한 국내 동물 유기, 유실 월별 발생 분포를 보면 7~8월에 유기, 유실이 가장 집중됐고, 그 다음으로 가정의 달인 낀 5~6월과 추석 연휴가 포함된 9~10월에 많이 발생했다.
동물권 단체 케어 김영환 대표는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이 기간에 유기를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호텔이나 병원 서비스 등도 가격이 비싼 편이라 맡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