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권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T ENS의 직원 K씨는 협력업체 4곳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9곳에 들어온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중 3000억원가량을 가로챘다. 협력업체와 거래를 통해 발생한 매출채권을 SPC에 양도하고 이를 담보로 SPC가 대출을 받았지만 매출 채권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가공의 매출채권이었다.
대출사기 피해규모는 하나은행이 1624억원 규모로 가장 컸고, KB국민과 농협은행은 각각 296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10곳도 모두 800억원가량이 물렸다. 이들 금융회사는 2008년 첫 대출 이후 2010년까지 정상 거래를 유지해왔던데다, 대출 서류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대출사기를 의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대출사기 사건으로 인해 금융권의 허술한 대출심사 관행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KT ENS가 대기업인 KT 자회사라는 점만 믿고 허술하게 대출심사를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금감원은 대출 관련 서류 일부가 위조됐고, 자금추적결과 대출금 돌려막기도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번 사태는 납품업체와 KT ENS 직원이 공모해 가공의 매출채권을 발생시킨 대출 사기로 판단하고 있다”며 “금융사 직원이 연루됐거나 여신심사가 소홀했던 부분이 드러나면 엄중히 징계하는 한편 관련자들을 모두 수사기관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