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예방책 '임차권설정등기 의무화'…국회 문 열었다

박용갑 의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대표발의
전입신고 대신 등기로 권리 공시…세입자 보호
등기 즉시 효력 발생…시장 투명성↑ 행정비용↓
등기비용 현실화·임대인 협조 확보 방안 '과제'
  • 등록 2024-11-06 오전 9:54:09

    수정 2024-11-06 오전 9:56:05

서울 남산 N 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최근 몇년새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예방책 차원에서 ‘임차권설정등기 의무화’가 추진된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현행 주민등록 기반의 대항력 제도를 등기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2명이 참여해 만든 이번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받는다.

개정안의 핵심은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에게 임차권등기를 의무화하고 임대인은 이에 협력하도록 하는 것이다. 등기를 마치면 그때부터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이 발생하며, 임차인은 경매나 공매 시 후순위권리자보다 우선해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를 갖게 된다. 특히 등기 접수 시점부터 즉시 효력이 발생하도록 해 기존 주민등록 체계에서의 ‘다음날 대항력’ 문제를 해소했다.

전입신고 대항력 허점…등기부에 권리관계 명확히 공시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친 다음 날부터 대항력이 발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민법학자인 지원림 고려대 명예교수는 “현행 제도는 권리의 변동이 제3자에게도 효력을 미치게 됐으므로 권리관계를 명확히 공시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외부의 이해관계자들이 임차 관련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고, 정보를 담은 원천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권리관계 파악도 용이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한법무사협회 전세피해지원단장으로 활동 중인 정경국 법무사는 “전입세대를 열람한 자료가 시스템의 결함으로 정확하지 않은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실무상 이에 대한 모든 자료를 가지고 권리분석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뿐더러 등기사항증명서 외의 자료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도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황병서 기자)
세입자 보호 강화하고 임대차시장 정상화 등 기대

임차권설정등기가 의무화하면 크게 4가지 기대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세입자의 권리보호가 강화된다. 김천일 강남대 부동산건설학부 교수는 “등기가 의무화하면 각 호별로 등기가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세입자 본인의 권리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건물이 경매로 넘어갔을 경우 본인의 권리에 대한 예측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원림 교수는 “물권화된 임차권은 채권이 아니라 물권과 대등한 지위에 서게 되므로, 그 공시도 물권에서와 마찬가지로 돼야 한다”며 등기부를 통한 공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행정 효율성이 증대되는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 임차권의 공시를 등기로 일원화할 경우 점유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전입세대확인 관련 시스템 유지비용 및 확정일자부를 관리하는 행정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끝으로, 임대차 중개시장의 정상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경국 법무사는 “부동산등기와 민사집행의 전문가인 자격자 대리인이 임차권설정등기를 위해 임대차계약의 전 과정에 관여함으로써 권리분석 등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전세피해 예방과 구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사기 해법” 평가…등기비용 현실화 등 논의 필요

전문가들은 ‘임차권설정등기 의무화’가 전세시장 안정화의 핵심 해법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전세사기 문제가 터져나오자 정부는 현행 불완전한 공시방법을 유지한 채로 부랴부랴 이런저런 임시방편적 처방을 땜질하듯이 발표해왔다”며 “임차권을 등기로 공시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등기 비용의 현실화, 임대인의 협조 확보 방안 등 세부적인 과제들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대한법무사협회가 지난 9월 1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공동 주최한 ‘전세사기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김천일 강남대 부동산건설학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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